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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리얼티] 국토부 장관의 구두개입

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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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질문에 답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강남을 넘어 성동구와 과천 등지로 번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는 기자에게 외환시장에서 많이 보던 당국자의 구두 개입을 연상케 했다. 구두 개입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직접적인 정책 수단을 쓰지 않고, 발언만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를 말한다. 즉, 당장 쓸 수 있는 가용한 수단이 없을 때 주로 당국자의 입을 빌려 나오는 방식이다.

김 장관은 "장관이 아닌 개인 입장, 인간 김윤덕 입장에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자신이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4년간 활동하며 부동산 정책에 나름의 식견을 쌓아왔음을 강조했다.

주택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리더의 생각을 단순한 사견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법안의 상당수가 정책입안자의 이러한 생각과 신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책당국자가 어떤 생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김 장관이 기자간담회라는 공개석상에서 카메라 앞에서 한 발언의 무게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언급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장 가격을 통제하고 싶은 의도가 반영된 일종의 구두 개입으로 볼 수 있다.

지난 9·7 공급대책에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똘똘한 한 채'를 지목한 바 있다.

그는 "강남 3구, 용산구 등 서울 안에서도 특정 지역이 가격을 주도하고 있고 그 여파가 마포·성동구 등 한강 벨트로 확산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해석했지만, 지금은 특정 지역이 오르는 현상에 '똘똘한 한 채'의 영향이 크지 않은가 하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당국자들의 발언은 추가 대책이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한 이들에 대한 규제, 즉 보유세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김 장관은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격 안정을 위해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추석 연휴가 임박한 만큼 단기적으로 새로운 대책이 발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주택 공급이 아니라 규제를 통해 가격을 통제하려 한다면 대출 이후 남은 수단은 사실상 세제뿐이다.

최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능하면 부동산 세제는 신중하게 추진하려고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정부 정책이 100% 안 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 상황이나 응능부담 원칙을 보면서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의 이번 발언을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향후 이재명 정부에서 이뤄질 부동산 정책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신호탄으로 읽는 이유다. (산업부 차장)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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