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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기금, 자산유동화 나서는 이유는

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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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의 대출채권을 활용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데는 기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재원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ABS 발행은 기금 고갈 우려를 완화할 보완적 수단이지만, 시장 의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 재원 확충 방안이 병행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 기금 여유자금 감소에 부담…ABS 해법으로 선택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현재 10조원 수준이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2년 40조원을 웃돌았으나 2024년 3월 기준 7조9천억원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2조원가량 늘어났다.

이는 올해 2월에 정부가 기금에서 지원하는 정책대출의 금리를 인상하고, 6월에는 대출의 연간 총액한도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8월까지 정책대출(디딤돌·버팀목 대출)은 25조7천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가량 감소했다.

나가는 돈이 줄고 환입되는 돈이 늘어나면서 여유자금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여유자금이 올해 상반기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2년새 32조원가량이 증발하면서 안정적인 주택금융 지원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다.

여유자금이 줄면 신규 지원 여력이 제한되고, 필요할 경우 정부의 출자나 채권 발행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택한 해법은 자산유동화다. 주택도시기금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시장에 매각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해 현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출해 준 임대주택 건설용 자금이다. 국민임대·행복주택·공공임대 등 장기 거치형 대출이 많아 만기가 길다. 이 중에서 과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을 때 나간 대출을 우선 선택해 이를 유동화하겠다는 발상이다.

현재 사업자 대출 잔액은 약 120조원, 이 중 임대주택 건설용 대출이 46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우선 금리가 높은 대출을 추려 5천억~1조원 규모의 ABS를 연내 또는 내년 초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규모 자체는 기금 전체 대출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발행 구조를 마련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반복 발행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정부는 HUG 보증을 통해 조달금리를 낮추고, 시장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HUG 관계자는 "융자 금리는 20년 전에 나간 것은 좀 높게 나간 것도 있어 시장에 팔릴만한 금리 수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할 보완적 수단…근본적 방안 찾아야

다만 일각에서는 자산유동화는 기금 고갈 우려를 완화하는 임시방편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분양주택건설용에 비해 임대주택건설용은 만기가 긴 대신 금리 수준이 현재는 크게 낮아진 상태다.

LH에 내준 대출 금리보다 ABS 발행 금리가 낮아야 역마진이 나지 않는다. ABS 발행 금리가 더 높으면 발행기관이나 보증기관이 차액을 보전해야 하므로 기금에 또다시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4%대 수준에서 융자해준 대출로 발행한다면 지금 발행 금리가 3% 정도 나오면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 (기초자산의 대출금리 수준이) 점점 낮아지면 운영하는 쪽에서는 미스매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BS 발행을 위해서는 유동화하는 채권을 어떤 걸 사용할지, 이를 어느 정도 금리로 조달할지, 마지막으로 이걸 어디에 쓸지를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담을 대출채권과 발행 금리 등을 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시범 발행을 통해 일단 발행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두자는 취지다.

실제로 기금의 주요 재원인 국민주택채권 발행과 청약저축은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여왔다. 다양한 조달 수단이 병행돼야만 기금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출 수요가 확대될 때 다시 고갈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오랫동안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핵심 재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 대출 확대, 재정 부담 증가가 맞물리며 재정 건전성은 꾸준히 흔들렸다. 이번 ABS 발행은 단순히 조달 수단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금융과 시장금융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다만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금리와 투자 수요 변동에 기금 운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정부가 자산유동화를 '보완적 수단'으로 관리하면서 동시에 기금의 근본적 재원 확충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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