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손 우려로 주춤했을 외국인 달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 3,600 시대를 연 배경에는 글로벌 유동성과 탄탄한 펀더멘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투자 사이클이 범용 반도체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향후 속도 조절 구간을 활용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13일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증시 급등은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국내 증시의 핵심인 반도체 펀더멘털이 강력하게 뒷받침된 결과"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 환경이 전반적인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외국인 자금이 높은 달러-원 환율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같으면 환차손 우려로 주춤했을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시장을 견인하는 AI 반도체 테마에 대해서는 기대감의 단계를 넘어 투자 사이클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질적인 투자가 집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가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변화로 AI 기술의 저변 확대를 꼽았다. 이 센터장은 "과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사양 데이터센터에서만 AI가 작동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미드엔드급이나 소규모 데이터센터에서도 AI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레거시(범용)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수혜를 입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는 "이러한 투자 사이클이 공급 과잉이나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외 차기 주도주로는 '조·방·원(조선·방산·원전)'을 지목했다. 이 센터장은 "조선, 방산, 원전은 국가가 주도하는 장기 성장 섹터"라며 "반도체 랠리가 주춤할 때 언제든 수급이 유입될 수 있는 유력한 후보군"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이 아직 주목하지 않는 변수로 '금산분리 완화'를 제시했다. 그는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라며 "시장이 앞으로 이 부분을 계속해서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시의 단기 리스크로는 '반도체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지수가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업종이 조정을 받을 경우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3,880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국내 증시가 호황일 때 기록했던 밸류에이션 상단에 해당한다"며 "이 수준까지는 고평가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 전략에 대해 이 센터장은 "지금은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려운 구간"이라며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반도체 사이클이 당장 끝나는 것은 아니므로 성급하게 추격 매수할 필요는 없다"며 "향후 시장이 속도 조절이나 조정을 보일 때 시기를 나눠 분할 매수 관점으로 포지션을 늘려가는 전략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장세에서든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일정 부분의 현금 보유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제공]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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