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매각 중단으로 향후 5년간 채권 발행 25조원 증가
이한준 LH 사장 "서울시장 재건축·재개발 인허가권 구청으로 넘겨야"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14 ondol@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한종화 주동일 기자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둘째 날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 상황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이한준 LH 사장은 현 정부의 정책에 따라 택지를 매각하던 LH의 사업 방식을 직접 주택 공급으로 전환하면 재무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호소했다.
◇ LH '교차보전' 구조 유지 불가능…채권 발행 5년간 25조원
이한준 LH 사장은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택지 매각 수익의 축소로 인해 그동안 공공 주택의 공급과 지역균형발전 사업을 견인해 온 교차 보전 구조의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교차보전은 LH가 택지를 민간에 매각한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손실을 메우는 구조를 말한다.
현 정부 들어 LH는 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중단하고 직접 시행을 통해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이 사장은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정부 재정 지원 확대와 공사 조직 인력에 대한 뒷받침"이라고 호소했다.
이 사장은 LH의 부채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의 질의에 "2030년까지 매년 최소 5조원 이상은 기채 발행액이 더 증가한다"며 "5년 동안 25조원 정도 발행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H가 택지 매각을 중단하고 공공 주택의 직접 공급에 나서면서 15조원가량의 택지 매각 수입이 사라지고, 향후 5만3천호의 착공에 20조원 남짓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필요한 채권 발행 증가분이다.
현재 LH의 채권 발행량은 1년에 15조원 남짓이다.
이 사장은 또 현재 171조원인 LH의 부채가 재무구조의 악화로 2029년 300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토지 매각이 안 되니 자체적인 수익 구조가 없어졌다"며 "어떻게 LH의 중장기적인 재무 안정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 개혁위원회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사장은 LH의 직접 시행에 민간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손실이 나는 부분은 LH에 귀속이 되고 민간의 경우에는 도급해서 공사하고 시공 이익을 가져간다"며 "민간 참여 기관의 경우에는 분양이 안 됐다고 해서 손실 보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민간 참여 사업을 추진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10대 건설사 A급 브랜드들이 상당히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LH가 손실을 떠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 사장은 "현실적으로 분양가상한제로 인해서 문제가 있으니 표준건축비를 현실화시켜 달라,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 범위 내에서 일반적으로 90% 선인 분양가 책정 비율을 100%까지 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재정 지원으로도 한계에 부딪히면 결국 분양가가 인상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 사장은 "임대주택 등 손실을 메꾸기 위해 결국에 분양가를 올려 일정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될 것으로 멀리 그려본다"면서도 "고육지책으로 분양가를 인상하면 '집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14 ondol@yna.co.kr
◇임기 한달 남은 이한준의 정책 조언…"서울시장 인허가권 구청으로 넘겨야"
이 사장의 임기는 다음달 10일까지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 사장은 LH 사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출석한 국정감사에서 정책 조언을 쏟아냈다.
이 사장은 "서울시장이 가진 재개발·재건축 인허가권을 각 25개 구청으로 넘기면 인허가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전에 사전 자문 등 (절차가) 많다"며 "기본계획이나 일정 규모 이상 사업만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나머지는 구청장으로 권한을 위임한다면 최소 인허가 기간이 2년 정도는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지난 9·7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매입임대사업을 호평하며 14만호로 계획된 물량을 20만호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택지 개발에 의한 대단위의 주택 공급 시대는 이제 저물어 간다"며 "매입임대 대상 물건은 대규모 아파트가 아니고 다세대·다가구 빌라 등 서민층이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주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5년 동안 LH가 독자적으로 매년 3만5천호를 해서 17만5천호 공급이 가능하고, 서울도시주택공사(S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매년 5천호를 하면 20만호까지는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LH가 공급하는 공공 주택의 품질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장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간 차별 없는 외관과 마감재를 적용할 것"이라며 "임대 주택의 최소 평형을 수도권 26㎡, 지방권 31㎡ 이상으로 기존 대비 1.5배 이상 확대해 입주민의 삶의 질과 자부심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층간 소음 1등급 기준을 모든 설계에 전면 적용해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을 짓도록 하겠다"며 "가변성, 내구성, 보수 용이성을 높인 장수명 주택을 2032년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해 100년 이상 살 수 있는 장수명 주택 로드맵을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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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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