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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관계형금융 지분투자 '전무'…생산적금융 대전환 가능할까

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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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수은행' 포장에 생산적 금융도 불신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이재명 정부가 금융의 역할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생산적 금융'을 국정 핵심 기조로 내세웠지만, 그와 유사한 과거 제도인 '관계형 금융'조차 지분투자 대신 여신 위주로 운영되며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은 지분투자가 전무한 제도를 형식적으로 평가해 매번 우수은행을 선정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국이 보여주기식 관리에 머물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새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 역시 관계형 금융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IM은행)의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관계형금융 잔액은 총 40조9천60억원이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7조95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이 10조2천216억원, 하나은행이 5조7천279억원, 우리은행이 4조1458억원, IM뱅크가 3조7156억원 순이었다.

다만 이는 중소법인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잔액으로 지난 5년간 지분투자 실적은 전무했다.

관계형 금융은 2014년 처음 도입된 제도다. 은행이 기업과의 장기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대출과 지분투자, 경영컨설팅 등을 제공해 기업의 성장과 사업성과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였다.

즉, 단기 여신이 아닌 장기적 관계 기반 금융으로, 재무제표로 평가하기 어려운 지역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 '관계'를 바탕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모델이다.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은 정책금융과 민간자금을 매칭해 첨단산업·신성장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명칭과 시기는 다르지만 두 제도 모두 '자금을 생산적인 곳으로 돌리자'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그런데 관계형 금융이 5년 내내 지분투자 '0건'에 머물렀다는 점은 금융이 위험을 함께 부담하며 산업에 투자하는 구조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특히 관계형 금융의 근본 취지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해 금융이 산업의 혈류 역할을 하자는 것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담보와 신용등급 중심의 여신 관행이 유지되면서 여전히 대출 중심의 지원 구조를 되풀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위험을 분담하지 않은 채 자금을 흘려보내는 구조라면 생산적 금융도 또 하나의 관계형 금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독당국은 실적의 질보다 양을 평가했다.

금감원은 반기별로 관계형 금융 실적을 평가해 '우수은행'을 선정해왔지만, 평가지표의 95%가 대출 중심이었다.

지분투자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금감원이 우수은행을 뽑았다는 점에서 감독의 기준 자체가 왜곡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급규모(20점), 신용대출 비중(20점), 중저신용차주 비중(20점), 자영업자 대출(5점) 등 여신 확대 항목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분투자 항목은 전체 100점 중 5점에 그쳤다.

지분투자 실적을 영업점 KPI에 반영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없는 만큼, 결국 대출을 늘릴수록 실적이 되는 구조에서 투자형 금융이 뿌리내릴 수 없었던 셈이다.

현장 영업조직 입장에서는 지분투자를 실행할 동기가 애초에 없었다는 의미다.

관계형 금융 모범규준은 2016년 이후 다섯 차례 개정됐지만, 개정 방향 역시 여신 확충 중심이었다.

지원 업종을 제조업에서 전 업종으로,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자영업자까지 확대했고 신용대출 및 중저신용차주 대출 비중을 상향했다.

본래 의도했던 '관계 기반 장기 투자'는 제도 설계에서 배제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관계형 금융은 이름만 달랐지 실질은 여신 정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분투자를 하면 리스크자산이 늘어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하락하는데 자본규제 완화나 인센티브 보완 없이 투자형 금융으로 가라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생산적금융 역시 이런 제도적 설계가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구호만 새로 붙였을 뿐 구조는 그대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관계형 금융의 실패는 단순한 정책 한계가 아니라, 감독당국이 숫자 중심의 성과 관리에 매달린 결과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계형금융이라는 제도가 처음 시행되던 때부터 리스크관리를 사유로 은행에서의 지분투자 심의는 거의 진행된 적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불구 당시 정부와 감독기관의 보여주기식 제도 마련 및 관리 행태, 이에 대한 은행권의 편승 분위기가 제도의 의미를 퇴색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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