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의 강력한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정책 효과는 장기간 발휘되는 것이므로 시간을 두고 경제 상황 변화를 보면서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일단 추가 정책이 나온 시기가 더 빨랐더라면 좋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나온 6·27 대책이 반짝 효과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당시는 새로운 정부가 빠르게 움직인 데다 어떤 정책을 펼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점이 큰 작용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무안할 정도로 9·7 대책 이후에도 시장은 자기 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나온 세 번째 대책에 대한 이런 시장의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은 소극적인 정책이 반복되는 걸 목격하면 당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도 경계하지 않는다. 이미 강해질 대로 강해진 시장의 '포모'(FOMO·소외 공포) 관성'은 지속한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국민 소득 대비 세계 1등일 것이라며 일본처럼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정작 정책은 시장을 쫓아간다는 평가가 아직은 우세하다. 다만 현재의 부동산 과열 양상을 내부용 대책으로 즉각 냉각시키기에는 쉽지 않은 배경이 있다.
최근 부동산뿐 아니라 다양한 자산의 동반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은 복잡한 국내외 여건들이 뒤엉키고 있어서다. 금이라는 안전자산과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이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난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유동성이 많이 풀린 데다 글로벌 정치상황이 불안을 조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풀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기존의 자유무역 체제를 부정하면서 국제 질서가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 세계 곳곳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국지적인 충돌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도 강남과 한강 벨트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안전하고 확실한 것으로 눈을 돌리다 보니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부르짖는 정부의 목소리에도 시장은 익숙한 것으로 회귀를 하는 셈이다. 한국 경제가 마주한 불안은 당장 대미투자금 3천500억달러의 해결이라는 대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점차 내부 경제 활력이 고사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이럴 때 누구나 바라는 강남 아파트가 미래를 지켜줄 자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정황을 따져보면 현재 부동산 문제를 해소할 근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또 현 정부가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의 회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소비쿠폰의 반복 발행 등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는 데다 중앙은행도 이에 준하는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자산 가격의 상승을 막아서기는 어렵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감독조직을 만들거나 시장 교란범을 잡는 것도 심리 효과가 없진 않지만 이미 제도권 대출보다 찾아내기 어려운 가족 내 금융으로 아파트 구입자금을 조달하는 상황까지 막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지난 6·27대책 때와 같이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게 필요하다. 2022년부터 누적된 공급 부족으로 수도권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깰 수 있다면 큰 한방이 될 수 있다. 서울 내부에서 양질의 대규모 공급이 앞당겨진다는 소식 같은 게 절실하다. 강남권 한복판의 서리풀 지구와 서울 한강 벨트에 속하면서 15만평 규모인 예전 코레일 정비창 부지가 있는 용산에 총 4만 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빠르게 현실화한다면 제대로 된 한방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이 절실하다. 예전처럼 몇 달 간격으로 수십번의 대책이 반복되는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디지털뉴스실장)
liberte@yna.co.kr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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