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한국금거래소 영종도점에 전시된 골드바.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국내 금 시장이 국제 시세와는 괴리된 채 폭등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국제 금값 대비 국내 금값의 웃돈을 의미하는 '김치 프리미엄'이 20%에 육박하며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일 기록적인 순매수로 뛰어들고 있고 이 상품을 운용하는 일부 자산운용사도 투자 유의를 경고하는 동시에 매수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벌여 눈초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프리미엄 붕괴의 교훈을 잊은 '폭탄 돌리기'가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률 20%p'의 착시…개인이 쌓아 올린 거품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의 프리미엄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0% 수준에 머물던 프리미엄은 전일 14일 16.18%까지 폭등했고, 이날 장중에는 20% 선에 근접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가격은 KRX 금현물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을 부풀려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ACE KRX금현물' ETF의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은 75.07%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금의 본질 가치 상승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제 금 가격의 연초 대비 상승분은 50%대에 불과하다. 두 상품 간의 수익률 격차 20%포인트가 온전히 국내 수급 요인만으로 생성된 '거품'인 셈이다.
이 거품을 만든 주된 동력은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매수세다. 최근 한 달간(9월 15일~10월 14일) 개인 투자자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무려 3천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출시된 'TIGER KRX금현물' ETF 역시 개인이 2천억원을 사들이며 프리미엄 확대에 불을 지폈다.
◇경고와 이벤트의 '이중 플레이'…투자자 보호는 뒷전
개인들의 '패닉 바잉'이 치닫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의 행보는 시장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운용사는 이달 들어 KRX 금현물 ETF 신규 매수 고객에게 순금 골드바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홈페이지에 투자 유의 공지를 띄워놓았지만 투자자들에게 더 크게 와닿는 것은 단연 공격적인 매수 유도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간 계획에 따라 진행된 마케팅일 뿐이며, 투자 유의 공지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이 최고조에 달한 위험한 시점에 신규 매수를 부추기는 것은 운용사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과 8개월 전의 급락 사태다.
지난 2월, 20%를 훌쩍 넘겼던 김치 프리미엄이 붕괴하자 금현물 ETF 가격은 나흘 만에 11.3% 떨어졌다.
국제 금값은 거의 변동이 없었음에도 순전히 프리미엄이 꺼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에 투자하면서 자신이 지금 지불하는 가격에 20%의 거품이 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투자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프리미엄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 투자자 보호 의무가 있는 운용사들이 신규 매수를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말했다.
KRX금현물을 추종하는 ETF(적색)와 국제금을 추종하는 ETF(청색)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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