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여러모로 독특한 정부다. 12.3 비상계엄으로 자멸의 길을 간 전 정권 때문에 정권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해야 했다. 국무회의를 구성하기 위해 전 정부의 국무위원과 이재명 대통령이 동거하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회 야당이 여당이 되는 정권교체가 있었음에도 전 정부의 국무위원이 다시 등용되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달 13일부터 시작한 국회 국정감사도 그렇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4개월째이다 보니 현 정부의 국정에 대한 내용과 전 정부의 국정에 대한 내용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국무위원들은 더 난감하다. 정부는 출범한 지 4개월이라도 됐다지만 국무위원들은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로 재임 기간이 훨씬 짧은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이 전 정부의 국정에 대해 답변하거나 사과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업 전반의 AX 정책 협력 MOU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15 eastsea@yna.co.kr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부처 국정감사에 출석해 체코 원자력발전소 계약, 대왕고래 시추 등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정부에서 체코 원전 수출을 성사하기 위해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무리한 합의를 맺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비밀유지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합의의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답변에서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 관련 아쉬움과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익이라는 긴 호흡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야에 간절히 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코 원전 계약이 '매국계약', '굴종 계약'이냐는 질의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국민 사기 의혹이 있는 이른바 대왕고래 시추에 대해서도 김정관 장관은 "자원개발 역사는 지고지난한 역사의 과정"이라면서 "시도도 많이 했고 수십번 했던 역사라 한번 가지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추진과정에서 절차라든지 커뮤니케이션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자원개발의 지난함에 대해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그럼에도 이 건이 국민적 의혹을 사는 것은 포항 앞바다에서 기름이 쏟아질 것처럼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한밤중에 긴급히 발표했던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김 장관도 언급했던 투명성, 바로 그 점에 대해 국민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대왕고래 발표가 있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 전모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14 nowwego@yna.co.kr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국정감사 답변은 달랐다. 대학에서 일하다 국무위원으로 발탁된 탓인지 첫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던 주병기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는 짧으면서도 선명한 답변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주병기 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전 정부의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했던 점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2022년 공정위는 부당공동행위 현장조사를 벌여 화물연대가 조사공무원의 사무실 진입을 저지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화물연대는 스스로를 '노동조합'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사업자단체'라고 강변했다. 1심 재판부는 "화물연대는 구성원이 근로자이고 조사 당시 문제가 된 집단 운송거부 파업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행동이라 당시 사건은 공정위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국감장에서 주병기 위원장에게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조 탄압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병기 위원장은 "심각한 헌법적 권리 침해로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노동자성이 인정된다고 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공정위의 규제 잣대를 갖다 댄 것은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아주 심각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반성했다.
비록 공정위가 저지른 일들은 주병기 위원장 취임 이전에, 이재명 정부 이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이날 사과로 많은 사람이 위로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 위원장이 이후 공정위 내부의 책임 소재까지 가려 묻는다면 사과의 진정성도 더하게 될 것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왕고래 의혹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지시했다. 산업부 국정감사를 지켜보고 답답했던 국민의 마음이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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