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저할 때 아냐…정부 제 때 역할 할 때"
"시장 안정 이끌 실질적 공급 대책 내놓을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2박 4일간의 숨 가쁜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귀국 비행기에서 내린 지 5시간만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입장과 소회를 내놨다.
김 정책실장은 19일 늦은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주저할 때가 아니라, 정부가 제때 역할을 다해야 할 때"라며 '10.15 부동산대책 소고'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느 지역까지 허가대상으로 지정할 것인지 두고 여러 차례 숙고와 논의를 거듭했다"며 "풍선효과가 번질 가능성과 대책의 실효성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록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접 구나 경기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대체 수요가 몰리며 새로운 가격 상승의 진원지로 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했다"고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초강력 3중 규제로 묶은 이번 대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 6.27 대책 이후 넉 달도 안 돼 넓은 지역을 허가 구역으로 묶은데 대한 비판과, 공급 없이 수요를 억제한 정책의 방향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충분히 일리 있는 말씀'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지금의 시장은 공급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비상한 국면"이라며 "이는 과거의 누적된 구조적 요인과 최근의 경기 회복이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은 "현재 주택시장은 유동성과 자산심리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대출 여건 완화, 금융시장 회복, 기대심리 확산이 겹치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력이 있는 수요층뿐 아니라 투자 심리 전반이 확산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에 뚜렷한 상승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며 "주택은 주식과 다르지만, 금리·유동성·거시 여건의 영향을 함께 받는 자산이다. 지금은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뛰어넘을 만큼 가격 상승의 에너지가 축적된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을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과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 몇 년간 경기 둔화와 시장 불안 속에서 규제 완화가 빠르게 진행된 시기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조치가 시장 기대를 자극해 가격 상승의 불씨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교훈 삼아, 이제는 보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봤다.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전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제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주택공급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파적 차이는 있을 수 없다. 공급의 열쇠는 지자체에 있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공급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의 강한 수요 압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는 뼈아픈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정책실장은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 시점을 놓치면 돌이키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저함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과 실행 의지"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여윳 돈으로 초고가 아파트를 사는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언뜻 타당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서울은 하나의 밀집된 경제권이다. 청담·대치·서초·한남·성수 같은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상급·중급 아파트 가격과 긴밀히 연동돼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공공과 기업, 금융회사가 임대시장에 참여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 자산가 중심의 구조가 시장을 이끌고 있어 특정 계층의 투자 행태가 중산층의 주거 안정성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유방임적 접근만으로는 수도권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도시까지 허가제가 시행된 것은 비상한 조치"라며 "그러나 지금의 주택시장, 거시경제, 금융환경 또한 그만큼 비상한 시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 경기 회복, 부동산PF 여파로 인한 공급충격이 결합된 이 상황은 '가격 급등'이라는 뇌관을 품은 칵테일과 같다"고 역설했다.
김 정책실장은 실수요자를 향한 미안함을 전하며 정책적 지원 노력도 약속했다.
그는 "실수요자께서 겪으실 불편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 불편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공급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6.27과 10.15 대책이 벌어준 시간 안에,
시장 안정을 이끌 실질적 공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정책실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초밀집 컴팩트시티"라며 "하나의 경제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번 허가제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 여러분께서 느끼실 불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 개인의 생각을 적을 정도로 지금이 비상한 시기임을 언급했다.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정책실장에 임명된 이후 페이스북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달 초 추석을 맞이해 오랜만에 짤막한 글을 남겼으나, 간략한 안부가 전부였다.
자칫 자신의 목소리가 정부의 방향성으로 읽혀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런 그가 사실상 취임 후 처음으로 부동산 대책을 주제로 긴 글을 남긴 셈이다.
김 정책실장은 "일하는 동안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부득불 이번에 그 약속을 깨고 말았다"며 "부동산 문제만큼은 여전히 어렵다"고 전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할 예정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16 nowwego@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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