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투자가 선행되어야 다음 단계의 실행이 수월해집니다. 보통 기획팀과 투자팀이 분리되어 있지만, 교보증권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잡음 없이 빠른 실행이 가능합니다."
공학도에서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법학석사(LLM) 학위까지. 여기에 IB(기업금융)와 자산운용,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모두 가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가 교보증권의 미래 설계를 맡고 있다.
신희진 교보증권 신사업담당 이사는 최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기획과 실행의 일치'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기획과 실행의 일치"…융합형 리더가 신사업 주도
신 이사는 교보증권의 VC(벤처캐피탈) 투자와 디지털 자산 사업을 총괄한다. 이 둘은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그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디지털 자산 사업은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며 "규제 때문에 금융기관이 직접 하기 힘든 영역을 VC를 통해 소수 지분 투자함으로써 다음 단계의 사업 실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은 루센트블록 등 국내 조각투자 업체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부분 금융사가 STO 사업을 디지털이나 리테일 부서에서 주도하는 것과 달리 교보증권은 이를 신사업 부서에서 직접 투자와 병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한 것은 기술(공학), 사업(MBA), 규제(법학)를 모두 이해하는 신 이사의 독특한 배경 덕분이다. 신 이사는 연세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컴퓨터를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이후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에서 MBA를, 동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LLM) 학위를 취득했다. 대우증권 IB, AI 반도체 스타트업 창업, 자산운용사 등의 경험도 있다.
신 이사는 "디지털 자산 사업은 해외 제도와 BM(비즈니스 모델) 벤치마킹이 중요한데 자료가 대부분 영문이고 법률과도 직결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일이라 실무진이 난감해할 때 이를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대외 사업자들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소화해 내부 경영진과 주주사에 '번역'해주는 신사업의 '조율'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韓 IP는 해외로, 外 RWA는 국내로"…국경 넘는 투트랙 전략
신 이사는 국내 규제 환경이 완비되기를 기다리기보다 해외에서 먼저 기회를 찾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법제화 전까지는 해외 시장을 먼저 전진 배치하고 정비되는 수순에 맞춰 국내 사업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K-콘텐츠 IP의 수출'이다. 교보문고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활용, 유망한 콘텐츠 IP(지식재산)를 토큰화해 SBI 금융그룹 등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해외 거래소에 발행·유통하는 모델이다.
두 번째는 '해외 RWA(실물자산)의 수입'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우량 실물자산을 발굴, 토큰화해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 이사는 "해외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의 유망한 콘텐츠 IP를 토큰화하는 것과 반대로, 유럽의 와인처럼 접근하지 못했던 상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양방향을 모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그리는 청사진의 종착점은 STO(토큰증권) 상품 몇 개를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교보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 이사는 "교보증권이 타 증권사에 비해 점포가 많지 않은 것이 오히려 기회"라며 "레거시가 많이 깔려 있으면 기존 비즈니스를 바꾸기 어렵지만 깨끗한 도화지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에는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고 부가적으로 증권업이나 보험업이 결합하는 그림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통 금융사의 관점에서는 파격적인 발상일 수 있지만, 그는 VC 투자를 통해 미래를 탐색하고 디지털 자산으로 그 미래를 실행에 옮기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신 이사는 "미래 금융에 대한 고민을 투자와 실제 사업 실행으로 함께 붙여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최적의 의사결정을 통해 이 작업을 효율화하는 것이 나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제공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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