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주택시장이 일단 숨을 죽이는 모양새다.
정책은 당장 거래 능력을 타격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급등하던 시장이 일단 진정되고 시간을 번다면 그 자체로 긍정적이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수요와 공급의 펀더멘털 차원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급지 아파트를 매수하고 싶은 실수요 관점에서 보면 매수심리의 근간에 자본 이익 기대가 크지는 않다. 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자녀들을 더 좋은 교육 환경에 노출하고 싶을 뿐이다.
집이 없을 경우에는 전세 또는 월세를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자산과 매칭시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더 강하다.
보험사가 초장기 국고채를 비싼 가격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보험사는 미래 지불해야 하는 보험금 등 부채측면을 고려해 자산을 구성한다.
인기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매매 가격은 현재부터 미래까지 월세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가격의 합으로 볼 수 있다.
이견이 있지만 월세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엔 국고채 3년물 금리를 쓰기도 한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이 있어서 위험도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어서다.
다른 요인이 일정할 때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높아진다면 펀더멘털상 아파트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채권시장의 관심은 주택시장과 이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주택정책과 관련 최근 초장기 국고채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당국의 최종 관찰 만기유예 방침에 강세가 주춤했는데, 당장 집을 사야만 할 이유를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정책 또는 세제, 공급 등 다른 정책이 따른다면 주택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
◇ 애매한 금융안정 맨데이트보단 물가 반영 높여야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주거비 비율이 낮은데 이를 점차 현실화하는 방안도 시장에 중장기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에 따라 통화정책 결정 시 금융안정 맨데이트의 가중치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도 막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와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물가지수 내 주거비 비중은 10% 수준으로 미국 31%, 영국 22%, 독일 19%, 일본 18%보다 낮다.
다만 당장 이러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관심은 금통위의 메시지 변화에 집중된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참가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시장 관심은 11월 결정에 쏠리고 있다.
◇ 시장 동력은 기대보다 공포
금통위를 앞둔 상황에서 시장 동력은 기대보다 공포에 가까울 듯하다.
금리 인하기가 끝물에 들어선 상황에서 혹시라도 마지막 인하를 놓칠 경우 상실감은 더 클 수 있다.
무겁게 포지션을 잡는 것도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중단기 금리가 추세적으로 방향을 바꿀 경우 상단이 어디까지일지 그리기 어려워서다.
다만 당장 한국은행도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에서 이번 금리 결정 외 그 다음 행보까지 자신 있게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성장 경로를 보면 종전 제시한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연구기관의 거시경제 전문가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더 부진했지만,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여 이를 상쇄하는 흐름이다.
한은이 당초 제시했던 올해 0.9% 성장 전망 경로를 따른다면 금리인하가 시급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한은 입장에선 다소 애매한 뉘앙스로 소통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기존 소통 도구 영향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3개월 내 인하 의견을 열어두는 위원의 수 변화와 소수의견 철회 여부에 따라 시장은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 채권시장과 소수의견 제시 위원의 포지션
상당수 시장 참가자는 8월 금통위 전 포지션을 잡고선 유지하는 흐름으로 판단된다. 특히 상품 북 등 대규모 자금이 중단기 구간에 포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르는 힘이 더 클지 종전 포지션을 빠져나가려는 힘이 더 클지에 따라 시장 방향성은 결정될 수 있다.
종전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위원의 포지션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장과 비슷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종전 발언처럼 인하기가 이어진다면 앞서 제시한 인하 의견을 철회할 이유는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기에 인하 소수의견을 철회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자신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주택시장 우려가 커졌지만, 정부의 추가 정책이 예상되는 데다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종전 시각을 뒤집을 만한 증거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이번보다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재점검하는 다음 금통위가 더 기존 경로를 판단하는 시기로 적절할 수도 있어 보인다.
물리적으로 이번 회의의 경우 총재와 이수형 위원의 미국 출장에 모일 시간이 부족했던 점도 금통위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월러 이사는 이달 25bp 금리인하를 지지한다면서도 그다음 행보를 두고 신중한 기조를 보였다. 그는 "정책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3년 국채선물은 전일 기준 8월 금통위 당일보다 64틱 낮아진 상황이다. 대략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셈이다.
겨울이 온다는 사실에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이날 기온이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크게 이상치 않아 보인다.
다만 여러 차례 금리인하를 선반영했던 중단기물이 호키시 기조는 나중에 반영할 것이란 기대가 타당한지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은이 금통위 당일 '최근 반도체 경기, 수출, 경상수지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13:30)' 자료를 공개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통위 직전까지 시장 참가자의 마음은 편치 않을 듯하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연합인포맥스
hwroh3@yna.co.kr
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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