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 오너가가 1.7조 처분한다는데 고점 아닌가요?" "오너일가의 매도는 엄청난 악재죠? 삼성전자 폭락할까요?ㅠㅠ"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삼성전자[005930] 주식 1조7천억원 상당을 매도한다는 소식이 보도된 지난 17일 저녁. (연합인포맥스가 17일 오후 5시58분 보도한 '삼성 세모녀, 삼성전자 주식 1.7조 처분…상속세 납부 목적' 기사 등 참고.)
삼성전자 주주들이 모여 있는 종목토론방에서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주식 처분 배경과 앞으로의 주가 흐름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핵심은 이들의 주식 매도를 삼성전자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시그널로 봐야 할지 여부였다. 2조원 상당(이재용 회장 몫 포함)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삼성 오너가 입장에선 가능한 비싼 값에 팔아야 처분 주식 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만약 지금이 고점이라면 1분1초라도 빨리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게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며 하루가 멀다고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고 부추긴다. 목표주가를 13만원까지 높인 곳도 있다.
이에 '인공지능(AI) 반도체 훈풍'과 함께 이제 막 추진력을 얻기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에 오너가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날 애프터마켓(넥스트레이드)에서 주가가 급격히 내리며 주주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심지어 주가는 20일에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17일 미 증시에서 S&P500과 다우, 나스닥이 일제히 상승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회담 등 대중 유화 발언을 했는데도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주요 그룹 총수가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했고,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도 실질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SK하이닉스[000660]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6%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개장 직후 2% 가까이 급락하는 등 종일 힘을 쓰지 못하다 마감 직전에 가까스로 0.2%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오너가의 지분 처분 때문"이라는 토로와 함께 "지난번에도 오너가가 대규모로 주식을 판 이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풀릴 걸로 예고되면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진다. 일명 '오버행'이다. 매도 주체가 오너가라면 더욱 그렇다. 통상 오너나 주요 경영진의 주식 매입은 주가에 플러스(+), 매도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 등으로 해석돼서다.
신탁 계약 체결일은 파란색, 실제 처분일은 초록색으로 표시. [출처: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5000]]
하지만 이번 삼성 오너가의 주식 매도는 상황이 좀 다르다.
'깜짝 이벤트' 아닌 사실상 예고 됐던 일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5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 내고 있는데, 매년 4월 납부일이 돌아온다. 내년이 마지막이다.
세액은 총 12조원으로, 연 2조원이다. 아무리 재계 1위 삼성 오너가일지라도 이 같은 천문학적 금액을 단번에 낼 수 있는 현금 여력이 있을 리 없다.
이에 매년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거나 아예 주식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생명[032830]과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삼성물산[028260] 지분을 골고루 활용했다. 유일하게 이재용 회장만 배당과 개인 대출로 대응하고 있다.
올해 주식 처분 시점이 예년 대비 특별히 이르거나 늦은 것도 아니다.
삼성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 목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세 번의 '전례'가 있다. 처분 물량이 상당한 만큼 매번 은행과 신탁 계약을 체결해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았다.
계약 체결일은 항상(추가 처분 제외) 10월이었다. 사실상 납부 6~7개월 전부터 준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는 지난 2021년 말 끊었다. 이때는 홍 명예관장만 1천994만주가량을 처분했다. 계약일은 10월5일, 실제 주식을 판 날짜는 이듬해 3월24일이다.
2023년엔 이번처럼 세 모녀가 나란히 주식을 내놨다. 하나은행과 10월31일 신탁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 만기는 2024년 4월30일이었지만, 실제 처분은 1월11일에 이뤄졌다.
당시는 처분 주식 수가 이번보다 1천211만주 많았고, 전체 금액도 5천억원 가까이 컸다. 하지만 주가가 곧바로 곤두박질 치거나 하진 않았다. 한동안 횡보세를 보이다 2024년 7월 하락의 늪이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이부진 사장이 작년 3월15일 한 차례 더 신탁 계약을 체결, 한 달(4월9일) 만에 추가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때부터 하락세가 본격화하기까지 3개월 이상의 시차가 존재한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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