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미 양국이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를 두고 상당부분 이견을 좁힌 가운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오전 다시 미국 워싱턴DC로 향한다.
미국과의 후속 관세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지 김 실장은 이틀, 김 장관은 하루만의 미국행이다.
이번 출장에는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차관보도 동행한다.
◇ 李대통령 최종 대면보고…'긴급히' 결정된 방미
정부조차 '긴급하게 결정됐다'고 밝힌 이번 출장은 관세협상의 중심축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막판 협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공정한 협상을 했다"고 밝힌 직후 협상단의 재방문이 결정된 만큼 일부 쟁점 사항을 매듭짓기 위한 최후의 방문 아니겠느냐는 게 정부 안팎의 해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일 김 실장을 중심으로 방미 협상단으로부터 미국 측의 최종 요구안에 대한 장 시간 대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협상단 미국 방문 당시에도 수시로 대통령께서 보고를 받고 적절한 지시를 하셨다"며 "돌아온 후에도 방미 결과에 대한 종합적은 대면 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실장은 "이번 방미 협의에서는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고, "방미 전보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타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그 쟁점을 귀국해서 우리 부처와 심도 있게 검토해 우리 입장을 추가로 전달하고 협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협상단을 이끌어온 김 실장과 우리측 협상단의 키맨이었던 김 장관이 쟁점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마무리하고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다시 미국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고 가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3천500억弗 분할투자' 수용한 듯…APEC 계기 공동선언 발표 나오나
정부 협상단 안팎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은 3천500억 달러에 대한 '분할투자' 방식에 대한 합의에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3년 내 전액 현금의 선불(capital-upfront) 투자를 주장해 왔지만, 우리 측은 '대출과 보증'을 섞어 현금 투자 비중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당초 5% 미만으로 예상했던 정부의 안보다는 현금 투자 비중이 높아지겠지만, 우리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번 출장길에 최 차관보가 동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우리 외환시장이 견딜 수 있는 연간 규모가 200억~300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합의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단의 방미로 쟁점 사항이 정리되고 나면 한미 양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상되는 29일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선언을 발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국방비 인상 등 안보 의제가 담길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한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성과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게 양국 모두가 바라는 그림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관세협상을 최종 타결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의 사례에 비춰보면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 발표 후 양해각서(MOU)가 체결되거나 행정명령이 이뤄졌다.
정상 간 합의가 '조인트 스테이트먼트(공동성명·Joint Statement)'나 '디클레어(선언문·Declare)'가 될지, 협의 사항을 정리해 발표하는 '팩트시트(협의문·Fact Sheet)'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중 팩트시트가 가장 의미가 약하지만, 양국이 동시에 이를 마련한다면 이 역시 유의미한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은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공식화하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현행 25%에서 15%를 인하하는 내용을 명시화 하는 게 골자다.
다만 이를 포함한 협상단의 최종 목표인 양해각서(MOU) 체결 시점은 APEC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간 만남을 통해 지난 7월 말 '큰 틀'에서의 합의보단 한발 더 나아간 공동 선언이 이뤄지더라도,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계약에 이르기까진 물리적인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앞서 일본 역시 MOU 체결은 2차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이뤄진 바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할 예정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2025.10.16 nowwego@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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