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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베' 다카이치 日총리 취임에 엔·원 '휘청'…아베 당시 환율은

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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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총리 두 번째 집권기 당시 달러-원 추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대규모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예고해온 이른바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140년 만에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면서 전날 엔화와 원화가 동반 약세 압력을 받았다.

이에 '아베노믹스'의 시초인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기 당시 환율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야간 연장거래 시간대에 한때 1,432.50원까지 상승했다. 달러-원이 야간 기준 1,430원을 웃돈 것은 지난 4월29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엔 환율 역시 런던장 이후 상승 곡선을 이어가며 한때 152엔선을 웃돌았다.

이는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일본 국회에서 공식 선출되면서, 원화의 프록시통화(대리통화)로 여겨지는 엔화의 약세가 달러-원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간밤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BOJ) 관련, "단순히 원가 상승 요인이 아니라 임금 상승에 의해 뒷받침되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도록 BOJ가 통화정책을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통화정책의 구체적 수단은 일본은행(BOJ)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경제정책의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와 BOJ가 지난 2013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디플레이션 극복 및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와 BOJ의 공동성명'은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동 합의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도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토대가 된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엔·원 약세 이끈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첫 집권기(2006년 9월~2007년 9월)는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개혁노선 계승을 표방한 시기였지만, 아베 전 총리의 건강 악화로 임기를 1년 만에 마쳐 경제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2006년 당시 달러-엔 환율은 115~120엔 부근에서 등락하다가 2007년 6월 한때 124.130엔까지 오르며 소폭 약세(엔저)를 보였다.

다만 ▲수출 호조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안전자산으로서 엔화 선호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저금리 차익거래) 청산 등으로 전반적으로는 엔화 강보합세가 유지됐다.

같은 해 8월에는 달러-엔이 한때 111.570엔까지 하락했다.

원화 역시 같은 시기에 수출 호황으로 강세를 보였다. 달러-원은 아베 1기 시절 910~960원대에서 움직이며 레벨을 차츰 낮췄고, 2007년 10월에는 한때 899.6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반면, 아베 전 총리의 두 번째 집권기(2012년 12월~2020년 8월)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었다.

이때 그가 내세운 '아베노믹스'는 대규모 양적완화·정부지출·구조개혁의 '3개의 화살'에 기반했다.

특히 BOJ가 2% 물가목표를 부여하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달러-엔은 2012년 12월 80엔 부근에서부터 2015년 6월 125.850엔까지 50% 넘게 치솟았다.

같은 기간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지수는 9,000 부근에서 20,000대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아베노믹스의 통화정책 완화 및 재정지출 정책이 엔화 약세 및 일본 증시와 수출경쟁력의 개선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 시기 원화도 엔화와 동조해 약세 흐름을 보였다.

달러-원은 2012년 12월 1,080원대에서 2015년 9월 1,208.80원까지 오르며 10% 넘게 상승했다. 2020년 3월에는 1,296.00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20%가량 뛰었다.

당시 국내 수출기업들은 "엔저 현상으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즉, 아베 1기 집권기에는 엔화 강보합세 및 원화 강세 흐름이 나타난 반면 아베 2기 집권기에는 '아베노믹스'를 토대로 엔화와 원화가 동반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환시 "단기적으로 엔·원 약세 지속"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은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들이 달러-엔 상승세를 따라 당분간 약세 흐름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외신의 한 외환분석가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경정 예산안 마련과 중의원 의석 10% 감축"을 다카이치 총리의 선과제로 꼽았다.

강경 보수 성향의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로운 연정 상대로 끌어들인 점도 향후 다카이치 총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짚었다.

그는 "현재 일본의 정부부채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지난 5년간 네 명의 총리가 교체된 것은 다카이치가 총리로서 힘든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는 경고"라고 언급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 신임 총리의 취임이 BOJ 금리 인상 전망에 불확실성 재료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엔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총리 선출로 인한 엔화 약세가 글로벌 강달러로 이어지며 환율 상승을 유발할 수 있겠으나, 정치 이벤트 소멸에 따른 엔화의 단기 조정이 달러-원 상승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일본 엔화가 약세로 가면 아시아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으니, 당분간은 이러한 여파를 주시해야 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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