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 1,400원 수준이 '뉴노멀' 구간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일시적인 고점이 아니라 구조적 고환율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환율 1,430원대에서 추가적인 급등이 제어되고 있지만 환율의 절대적인 수준 자체가 높아진 현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걸맞은 외환보유액 운영과 축적 전략이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 살펴야 할 시기다. 지금이 뉴노멀인지, 위기인지 진단하는 것보다 고환율 고착화에 맞춘 '안전판'의 설계와 점검이 먼저라는 것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220억달러로 세계 10위 규모다.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2021년 말 4천630억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40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그사이 달러화 강세가 이어졌고,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조치를 단행하며 달러-원 환율 급등을 막았다. 외환보유액의 절대 수준은 안정적이라고 해도 추세가 완만한 하향을 그리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환율 레벨이 이전 역사적 평균에 비해 훌쩍 뛴 것이 사실이다.
외환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등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 기준으로 볼 때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IMF의 ARA(적정성 평가) 지수나 BIS의 적정 보유모형에 따르면 한국은 단기외채 상환능력이나 자본유출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선진국형 개방경제로 분류되고, 대외순자산도 양호해 신흥국식 '보유액 부족' 프레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서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다른 목소리들이 나왔다.
최근 2~3년간 보유액이 줄어드는 동안 금이나 다른 자산으로의 다변화를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로 인해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는지, 환율이 1,300~1,400원대로 높아진 상황에 대비한 충분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하는 외환시장과 외환보유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다수다.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를 미국에서 수용했다고 밝힘에 따라 당장 충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고환율 자체와 높아진 변동성만으로도 시장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0 [공동취재] saba@yna.co.kr
당국의 '충분하다'는 입장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과거 환율 사이클은 경기와 금리차, 자본유출입 등을 반영해 1,100~1,200원대로 복귀가 자연스러운 조정국면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은 다르다.
이미 서학개미와 연기금의 대외 투자 확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불거진 관세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상시화, 미중 갈등 지속 등이 달러 강세의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로 예상되는 등 우리나라가 벌어들이는 달러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같은 경상수지가 더는 달러-원 환율에 유의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 역시 대외 투자자들이 원화를 긍정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은 단순한 시장 개입용 실탄을 넘어서는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1,400원 위쪽에서 장기화할수록, 변동성이 클수록 보유액의 규모는 시장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충분한지보다는 현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달러-원 환율이 1,300~1,400원대로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완충능력을 재정비할 과도기적 상황인 셈이다.
환율이 높아지는 시기 추세적 감소보다는 최소한 완만한 증가세로의 구조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다.
외부의 상황에 기대 외환보유액이 앞으로는 늘어날 추세가 될 수 있지 않을지 희망회로를 돌리는 것보다 4천100억달러, 4천억달러 가까운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때마다 나오는 불안의 목소리를 잠재울 해법이 필요하다.
정부가 외환시장을 24시간 거래하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것은 외환시장의 깊이를 키우는 장기해법이 될 수 있다. 시장의 깊이가 깊어지면 변동성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어 충격의 크기나 빈도가 낮아질 수 있다. (경제부 시장팀 정선미 기자)
연합인포맥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