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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학기금 러시①] 日 밸류업 성과 학습…韓서 재현 기대

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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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내용·효과 분석, 증시 개선 이어질지 관심

[※편집자주: 천문학적 자금으로 무장한 글로벌 대학기금이 국내 자본시장에 노크하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MIT 등 대학기금이 한국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최근 해외 대학기금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과 파트너십 전략 등을 짚어보는 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하버드와 MIT 등 글로벌 대학기금이 최근 한국 자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인 만큼 국내 자본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하버드 기금은 국내 사모펀드와 접촉해 출자를 타진했고, MIT 기금도 국내 자산운용사를 만나 투자를 논의했다. 국내에 손을 뻗지 않았던 글로벌 대학기금이라 관심이 커졌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 주주 권리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이 글로벌 대학기금을 움직인 동인이라는 게 자본시장의 분석이다.

글로벌 대학기금은 과거 일본에서 거뒀던 투자 성과를 최근 한국에서도 재현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미 한국보다 일찍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 일본에서 글로벌 대학기금이 일찍이 투자해 성과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에서도 조만간 증시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이야기다.

◇日 밸류업 프로그램, 글로벌 연기금 투자 러시

2010년대 초반까지 상장기업의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이 일본의 고민이었다. 프라임 시장 상장 기업 중 절반가량이 PBR 1배 미만, ROE 8% 미만인 상태였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 경직된 고용 문화, 경영진의 자본 효율성에 대한 인식 부족,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 등이 저PBR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같은 낮은 PB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일본 정부가 꺼낸 카드가 밸류업 프로그램이었다. 단순 주가 부양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 혁신, 자본 효율성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에서 일본 정부가 추진했다.

프로그램은 상장 기업이 주가를 경영의 주요 지표로 인식하도록 요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PBR이 낮은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고 주주 환원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정책 보유 주식 감축 등을 유도했다.

일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닛케이 지수가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아베노믹스부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10년 이상의 일관성 있게 프로그램을 시행했던 게 주효했다. 세제 인센티브를 통한 자금 유입도 적절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일본 투자를 확대하는 촉매제가 됐다.

블랙록이나 노르웨이 국부펀드, 미국 대형 연기금 캘퍼스, 글로벌 대학기금 등이 일본 정부의 일관된 지배구조 개혁, 밸류업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투자를 확대했다.

해외 기관들은 저평가된 우량 기업에 투자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기업가치를 높일 기회로 판단했던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업 지배구조 코드 제정 등 10여년간 꾸준히 진행된 장기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최종 단계였다"며 "이에 일본 투자를 확대한 글로벌 연기금이나 대학기금은 닛케이 지수 상승, 저PBR 종목 폭등의 수혜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 개선 나선 韓…해외기금, 日 성과 되풀이 기대감

최근 한국 자본시장을 노크하는 해외 대학기금은 미국 자본이다. 그동안은 한국 시장에 익스포저가 없던 플레이어가 대부분이라는 게 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일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를 향유했던 곳들이다.

글로벌 대학기금 사안에 정통한 A 투자사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은 한국이 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스터디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로 인한 한국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궁금해했다"며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증시에 어떤 논리로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분석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MIT 대학기금이 국내 자산운용사와 접촉한 건 국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하우스를 만나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하우스와의 인연이 깊어질 경우 장기적인 파트너십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투자업계의 견해다.

B 투자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권리 보호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게 해외 투자자들이 이목을 끈 트리거가 된 것 같다"며 "기업들도 이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고, 변하는 과정에서 해외 연기금에서도 투자할 만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 전경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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