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틀만에 다시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대좌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일부 진전'을 재차 언급하면서 한미 관세협상의 최대 핵심 이슈로 떠오른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구조와 관련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지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 상황을 고려해 '현금 선불투자'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대미투자 패키지의 '구조 변경'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미국 측에서 우리 입장을 인지, 이해하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3천500억달러를 얼마 만큼의 기간 동안 나눠서 집행할지에 대해 접점을 찾고 확정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약 2시간 동안 회동했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과의 만남 직후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잔여 쟁점에 대해선 "아주 많지는 않지만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며 최종 합의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잔여 쟁점이 무엇인지,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앞서 김 실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에게 "많은 주제는 의견이 많이 근접해 있고, 한두 가지 주제에서 양국의 입장이 차이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많은 쟁점에 대한 이견은 어느 정도 조율이 돼 있고, 우리가 이번에 온 추가 주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미국이 조금 더 진지하게 이해해준다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언급 후 진행된 러트닉과의 논의 결과에 대해 김 실장이 '일부 진전'이라고 평가한 만큼, 쟁점에 대한 한미 간 입장차가 어느정도 좁혀지며 협상의 중심에 있던 대미투자 패키지의 분할 투자에 대한 이견 조율에 다가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부 협상단 안팎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간 미국이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3년) 내 3천500억달러를 현금으로 선불 투자하는 것이 한국 외환시장에 불러올 충격을 고려한 양국은 '장기간의 분할투자'에서 접점을 찾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결국 핵심은 '한도'로 좁혀진 상황에서 150억~25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8~10년간 분할 투자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우리 외환시장이 견딜 수 있는 연간 실질투자 규모가 150억~200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배경으로 하는 얘기다.
이번 출장에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차관보가 동행한 것 역시 분할투자 규모를 두고 외환시장의 영향에 대해 미국 측에 재차 설명하며 접점을 찾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앞서 지난 방미 출장 결과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뒤 긴급히 결정된 이번 출장은 무박 2일로 매우 짧은 일정이 긴급하게 결정됐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이날 곧바로 애틀랜타로 이동해 귀국할 예정이다.
그만큼 마지막으로 남은 쟁점 사항에 대한 우리의 최종 카드를 전달한 후 미국 측의 입장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협상 후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과의 추가 회동 가능성에 대해 "만나기는 어렵고 (한다면) 화상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달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타결 가능성을 묻는 말엔 "우리에겐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APEC을 계기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준비 중인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또는 팩트시트 발표 가능성을 내다보게 하는 언급이기도 하다.
통상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전례를 보더라도 양해각서(MOU) 체결은 정상 간 공동성명 발표 이후 실무협의를 추가로 거쳐 이뤄졌다.
앞서 김 실장 역시 특정 시점까지만 합의된 내용으로 MOU를 체결하는 방안은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한미 정상회담에 겨 미완의 합의문을 발표하는 일은 없으리라 공언해왔다.
최대한 국익을 관철해 일괄 타결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관측을 두고 대통령실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며 금융패키지의 구체적 운영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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