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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EB' 공시강화 사흘만에…광동제약 '첫 제재' 본보기

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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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 제재에 후속 주자 긴장…시장선 '맞교환·PRS' 우회로 모색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자사주 소각 회피 수단으로 지적돼온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EB)' 발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공시를 강화한지 사흘 만에 첫 제재가 나왔다. 자사주 EB 발행을 공시한 광동제약이 내용 부실로 정정명령을 받으면서 시장은 당국의 '실질 심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자사주 대상 EB 발행 결정 규모는 50건, 1조4천455억원에 달해 이미 지난해 연간 총액(28건, 9천863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9월에만 39건, 1조1천891억원이 집중됐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자금 조달이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EB 발행을 서두른 영향이다.

이에 금감원은 자기주식 처분 결정 및 교환사채권 발행결정 공시 서식을 개정, 2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 서식은 ▲EB 발행 선택 이유 ▲발행 시점의 타당성 ▲주주 이익 및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재매각 예정 내용 등 6개 항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광동제약은 새 서식이 시행된 20일 250억원 규모의 사모 EB 발행 공시를 냈으나, 사흘 뒤인 23일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의 기재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정정명령을 받았다.

광동제약은 재매각 예정이 없다고 기재했지만, 당국은 사채를 인수하는 대신증권의 재매각 가능성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 자체도 심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은 반기보고서 기준 약 663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데다, 다른 상장사 주식도 보유하고 있어 자사주가 아닌 다른 자산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번 조치는 최근 3조원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도 4천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EB 발행을 추진하다 주주 반발로 철회한 KCC 사례처럼 다른 유동화 자산이 있음에도 자사주를 활용하는 자금 조달 방식에 제동을 걸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광동제약이 첫 '본보기'가 되면서 후속 주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22일 156억원 규모의 자사주 EB 발행을 공시한 반도체 장비업체 테스 역시 당국의 까다로운 실질 심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에선 EB 발행 문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자사주 맞교환'이나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다른 우회로를 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맞교환은 의결권을 부활시켜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고 PRS는 주식을 증권사에 매각해 회계상 부채 없이 자금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광동제약은 EB 발행 전인 지난 9월 금비 등과 22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뒷받침할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 거래를 현행 '자산 거래'에서 '자본 거래'로 명확히 하는 내용의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 의원은 특히 "지난 7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됐다"며 EB 발행을 결정한 이사들이 "자신의 전 재산으로 책임을 질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자사주 원칙적 소각'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포새빛문화숲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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