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만나 가치 제고 방안 논의…위원회 구성도 제안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변화 긍정 평가…韓 투자 늘릴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LG화학[051910]에 공개적으로 주주가치 개선책을 제안한 영국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수년 전부터 회사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진과 소통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 관여가 이어지자 LG화학 경영진도 저평가 인식을 공유하고 해법 모색으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4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팰리서는 수년 전 LG화학 주식을 처음 취득한 뒤 점차 지분율을 확대했다.
팰리서는 지난 2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자신들을 "상위 10대 장기적인 주주"라며 1%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개 제안 직전인 지난 21일 종가 기준 LG화학 지분 1%의 가치는 약 2천400억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팰리서는 LG화학 경영진과 작년 5번, 재작년 8번가량 만나는 등 꾸준히 사측과 소통해 왔고, 지주사인 ㈜LG[003550]와도 접촉했다. 공개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국내 유수의 법률 및 회계 전문가들과 협의했고, LG화학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수렴한 의견 역시 반영했다고 명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팰리서와 만남에 대한 물음에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경청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팰리서는 LG화학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 저평가(74%)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면서 해결책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구성 개편과 주주이익에 연동된 경영진 보상 도입, 수익률을 고려하는 자본배분 체계 시행,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이 같은 계획의 장기적인 실행을 제시했다.
특히 강조한 것은 자사주 매입이다. 팰리서의 분석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를 대가로 지급해 LG화학 소수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사들일 경우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LG화학의 직접 지분율은 감소하지만, LG화학 주주의 간접 지분율은 오히려 증가한다.
또 현재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을 가정하면 남아 있는 주주에게 돌아가는 자사주 매입의 5년간 내부수익률(IRR)은 31.1%로, 웬만한 투자 프로젝트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각의 오해와 달리 행동주의 펀드는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에 반대하지 않는다. 이들의 일반적인 주장은 위험을 고려한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의 수익률을 비교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팰리서는 '구광모 회장→㈜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자체는 적절하고 당연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화학이 지금처럼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9%나 보유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팰리서는 자신들의 제안을 논의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도출할 특별위원회 구성을 LG화학에 제안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결정 사항을 투명하게 시장에 공유하게 한다는 것이 팰리서의 구상이다.
아울러 팰리서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대표되는 한국 자본시장의 변화를 긍정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성을 감안하면 팰리서를 비롯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팰리서캐피탈은 엘리엇매니지먼트 출신의 제임스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2021년 영국에 설립한 행동주의 펀드다. 한국 투자 사례는 삼성물산[028260]과 SK스퀘어[402340] 등이 있다.
팰리서가 제안을 공개한 지난 22일 LG화학 주가는 13% 오르며 5년 만에 가장 높은 하루 상승률을 보였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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