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올해 3분기까지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증여 건수가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에 규제지역 확대와 보유세·양도소득세 등 증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전에 자녀 등에 물려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집합건물 모습. 2025.10.14 jin90@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민주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 집값이 올랐다. 집값이 오른다고 그걸 굳이 압박해서 힘들여 낮출 필요가 있나. 세금은 국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걷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세금이 다른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앞으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 과다로 집값이 오르면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서 가격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 A 지역 아파트를 평당 100억원이라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굳이 있다면, 사지 말라고 할 필요 없이 그 가격에 맞게 세금을 더 걷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안정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을 존중하고, 무리해서 (집값을) 누르면 누를수록 더 오르는 이상한 현상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올해 5월 2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을 닷새 앞두고 험지 중의 '초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를 훑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지역의 유세이다 보니 당시 이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놓을지를 두고 관심이 컸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훨씬 강도가 센 '사이다 발언'이었다.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 이전 민주당의 스탠스와는 결이 다른 이 같은 언급에 당시 시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면서 우클릭 정도를 높여 '중도 보수'를 표방했다. 어찌 보면 이 같은 인식의 변화도 그런 차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뛰고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가 강력한 수요억제 대책과 함께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물론 당장이 아닌 연구용역을 거쳐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장은 이미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현실화할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이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한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고가의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서도 보유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민심은 싸늘해지고 있다. 물론 집을 보유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견해는 갈린다. 거의 유일하게 집값 상승 흐름을 보이는 서울과 다른 나라 세상일처럼 보는 지방의 입장 차이도 크다. '세금' 문제는 그만큼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광의통화(M2·평잔)는 전월보다 55조8천억원 증가한 4천400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의 58조4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며 역대 두 번째 규모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1%나 급증했는데 2022년 7월(8.3%) 이후 3년여 만에 최대 폭이다. M2는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를 말한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시중에 엄청난 유동성이 풀려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에 쌓인 유동성이 대출로 조정된 결과로 자산시장 내 일부 유동성 이동의 영향이 있다"고 봤다. 결국 이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 그중에서도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강력한 수요억제 대책으로 대출을 조이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것도 불을 더 지필 땔감을 더 넣어줄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이었던 6·27대책을 두고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 7월 3일 취임 30일을 맞아 진행한 첫 기자회견에서 "수요 억제책은 아직 엄청나게 남아있다"라고도 했다. 결국 그렇게 나온 게 10·15대책이었던 셈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대출을 꽉 묶어 놓으면서 사실상 '봉쇄 조치'를 한 것인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울과 경기권 일부의 집값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6·27대책에서 봤듯이 수요억제 대책은 일시적이다. 욕망을 찾는 돈은 결국 어디론가 다시 향하게 된다. 그것이 정상적인 투자이건 투기이건 간에, 한곳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는다. 그렇다면 그사이 정부는 어떤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까.
결국은 새로운 물량을 공급하는 것과 세금으로 소유 및 거래구조를 바꾸는 방법만 남게 된다. 그런데 신규 공급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부가 당장 내일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실제로 입주까지 최소 4~5년 뒤의 일이다. 그렇더라도 신규 수요에 대해선 일종의 '기다림 효과'는 낼 수 있다. 신규 공급 물량의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역과 가격이 매력적이라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기대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 돈의 쏠림을 일단 분산하고 새로운 팽창을 억제할 수는 있다. 물론 공급이 만능키는 아니다. '욕망의 유동성'은 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하는 경향성이 강하다 보니 또 다른 루트를 찾아 파고들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세금 카드를 최후의 보루로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고민은 하겠다는 스탠스인데, 칼날만 보여줄지, 실제로 칼을 휘두를 것인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세금 문제는 지금의 초강력 대출 규제와 비교하면 엄청난 위력을 보일 것이다. 특히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일상의 삶, 즉 개인의 경제적 토대와도 직접 연계되는 사안이다. 단순히 나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 정도가 아니라, 경제생활 자체에 매우 큰 변화를 요구한다. 문제는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완화한다고 집값이 내려가거나 안정 상태로 갈 수 있을 것인지다. 쉽지 않다고 본다. 민심을 대변하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일방의 입장만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더 그럴 수 있다. 단순히 집값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고, 정치권의 이해 조정이 있고 난 뒤에 세금 문제를 다루는 게 좋다. 비싼 집에 살면 당연히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은 국민 전반에 폭넓게 스며들지는 못한 상태다. 일단 강력한 수요억제 대책의 관리에 집중하고, 신규 수요의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급대책 마련에 힘쓰는 게 낫다. 세금은 '옐로카드' 정도로만 써야 한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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