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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사람들] '밀리의 아버지' HB인베 박동주 "성실한 VC가 살아남는다"

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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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HB인베스트먼트가 1천억 원대 대규모 펀드 결성에 나선다. 목표액 1천500억 원에 달하는 이 펀드의 '키'는 국내 1위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초기 단계부터 발굴해 코스닥 상장까지 이끈 박동주 상무가 잡았다.

2010년 H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그는 '밀리의 서재'에 27억 원이라는 초기 기업가치로 과감히 투자해 KT 인수, 기업공개(IPO)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 '페이스메이커'로 통한다.

박 상무는 최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성실함'을 제1원칙으로 꼽았다.

그는 "2010년 VC에 입성할 때와 비교해 지금은 시장의 진입 장벽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많이 읽고, 많이 경청하고, 많이 찾아보는 성실한 VC가 그나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동주 본부장/상무

◇'무차입·고수익' 안정성, 대형사 제치고 GP 따낸 비결

최근 HB인베스트먼트는 대형 하우스들과의 경쟁을 뚫고 혁신산업펀드 운용사(GP)로 선정됐다. 박 상무는 그 비결로 단연 '안정성'을 꼽았다.

그는 "최근 5개년 평균 회수 수익률 250% 이상, 5년 연속 5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실적과 함께 무차입의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가진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HB인베스트먼트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경험 역시 조직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상장 수년 전부터 변호사를 준법감시인으로 채용해 투자팀과 독립된 리스크 관리 조직을 운영했고 17년 경력의 회계사 출신이 관리 총괄을 맡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장사로서 높아진 투명성은 LP(출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도 주효했다. 모든 것을 원칙에 따라 ERP로 기록하고 있어 GP의 투명성과 내부 통제 신뢰성이 한층 더 높아진 것이다.

◇'밀리의 서재' 4회 투자… "적극적 후속 투자가 HB의 색깔"

박 상무가 말하는 HB인베스트먼트만의 투자 색깔은 '적극적인 후속 투자'다.

그는 "시리즈A 투자가 많은데 이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직접 좋은 기업을 발굴한다는 의미"라며 "초기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회사의 성장 단계마다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이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그냥 두지 않고 계속 소통하며 추가 투자를 지원하거나, 다른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러한 전략의 바탕에는 그의 지론인 '성실함'이 깔려 있다.

그는 "VC도 이제는 많이 읽고, 많이 경청하고, 많이 찾아보는 성실한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역량이 집약된 대표적 사례는 '밀리의 서재'다. 박 상무는 2017년 시리즈A(기업가치 27억 원)와 시리즈B에 단독으로 투자를 집행하며 초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KT그룹 인수 당시에는 이사회 멤버로 협상에 참여, 회계법인 M&A팀 출신 경험을 십분 발휘해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밀리의 서재는 KT 편입 이후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성과를 냈다.

박 상무는 "이 딜 하나로 시리즈A 발굴, 후속 투자, 이사회 활동, M&A와 IPO를 통한 엑시트까지 벤처 투자의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경험했다"고 밝혔다.

◇"투자는 '운칠복삼'… 성공 딜보다 안타까운 회사가 더 생각나"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실패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박 상무는 투자를 '운칠복삼(運七福三)'로 요약했다.

그는 "35배의 수익이 기대되는 달바글로벌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머릿속에 더 깊이 남는 것은 안타깝게 중도에 멈춰 선 회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끗 차이로 명운이 갈리거나 예측 불가능한 시장 변동성 때문에 성장에 실패한 기업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인생의 대부분을 바쳤던 그 임직원들이 꼭 재기하셨으면 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회계사 출신으로 회계법인 M&A 자문, 증권사 상장 주관 업무를 거친 그는 2010년 책임심사역으로 H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이휴 팀장, 이사를 거쳐 15년 만에 1500억 원 규모의 대형 펀드를 이끄는 투자 본부장으로 성장했다.

박 상무는 "유연하게 사고하고 확신 있게 투자하자는 원칙을 늘 되새긴다"며 "이번 신규 펀드 역시 대한민국의 산업 근간이 되는 ▲딥테크·제조 ▲바이오·헬스케어 ▲소프트웨어·콘텐츠라는 3대 축에 집중해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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