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최근 미국 지역은행 및 비은행금융기관(NBIF)의 부실 대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NYS:JEF)로 특히 월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자이언스뱅코프(NYS:ZION)나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NYS:WAL)도 부실 대출 문제가 터지면서 우려의 대상이 되긴 했다. 하지만 제프리스는 금융 엘리트들이 선호하는 월가의 투자은행이라는 점에서 왜 그런 투자를 했는지 더 화제가 됐던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프리스는 리그테이블에서도 톱10 안에 드는 주요 투자은행인 것은 사실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 들어 8월까지 집계한 글로벌 투자은행 리그테이블을 보면 제프리스는 인수합병과 주식, 채권, 대출까지 모든 부문을 합한 총수수료가 10억8천800만달러로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37억7천200만달러)와 모건스탠리(27억6천800만달러)보다 작지만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정도로는 여겨지는 격차다.
하지만 실제로는 덩치 차이가 상당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2024년 회계연도 말 기준 제프리스의 총자산 규모는 643억달러 수준이다. 1조6천800억달러의 골드만삭스에 비하면 4% 수준에 불과한 '군소 은행'이다. 1조3천530억달러의 모건스탠리와 비교해도 5%에 채 미치지 못한다.
시가총액도 확연히 비교된다. 24일 종가 기준 모건스탠리의 시총은 2천607억달러, 골드만삭스의 시총은 2천37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제프리스의 시총은 117억달러에 불과하다. 모건스탠리의 20분의 1에 그치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제프리스의 이름이 자주 인용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실상 월가의 주요 은행을 가리키는 'BB(bulge bracket) 은행'들과는 비교가 안 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에버코어와 같이 군소 독립계 은행으로 봐야 하는 기관이다.
제프리스의 이번 투자 실패는 이같은 '급차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덩치 차이를 빠르게 메우기 위해 경영진이 과도하게 공격적이고 조급하게 투자하면서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간된 2023년 제프리스 연례 보고서를 보면 회사 경영진은 "크레디트스위스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이 사라지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해당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세대적 기회가 열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형 은행들이 규제나 평판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는 중소 금융권과 사모신용 시장에서 발판을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금리인하 사이클을 활용해 하이일드 채권, 중소형 기업금융 등 지역은행이나 NBIF의 사업과 겹치는 영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부실해지기 쉬운 자산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같은 변화는 공시에서도 확인된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제프리스가 SEC에 제출한 Q-10 보고서에 따르면 제프리스의 레벨3 자산은 8억달러로 전체 자산의 1.16%를 차지한다. 이는 모건스탠리의 0.55%, 씨티그룹의 0.37%, 뱅크오브아메리카의 0.32%와 비교해 확연히 높은 비중이다.
레벨3 자산은 관찰 가능한 시장 데이터가 없어 내부 모델 추정치에 의존하는 자산으로 비상장 주식과 사모대출, NBFI 지분, 구조화 상품 등이 포함된다. 유동성이 낮아 위기 시에 손실로 전환할 위험이 크고 가치 평가가 주관적이어서 불확실성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
제프리스의 공격적 확장과 그에 따른 리스크는 일본 SMBC와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면서 한층 탄력이 붙었다.
일본 주요 은행인 SMBC는 2021년부터 제프리스의 지분을 인수해왔고 올해 추가로 25억달러의 신용 한도를 확대하는 한편 지분을 최대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제프리스로선 지분을 매각해 유동 자금을 보강한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제프리스는 지역은행 채권 인수나 NBFI 대출펀드 출자 등을 확대한 측면도 있다.
이처럼 대형 은행의 사각지대로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늘리면서 시장은 제프리스를 지역은행과 같이 묶어서 다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 자이언스와 웨스턴얼라이언스가 부실 대출로 주가가 10% 넘게 급락한 날 제프리스의 주가 또한 10% 급락한 배경에는 이같은 부분이 있다. 제프리스는 'BB'급 투자은행이 아니라 지역은행으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제프리스는 자회사 보니타캐피탈펀드를 통해 투자한 자동차 부품회사 퍼스트브랜드그룹(FBG)의 파산 이후 투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4천500만~7천만달러에 달하는 예상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분석기관 모닝스타는 제프리스가 펀드 투자자들에게 전액 배상해야 할 경우 법적 책임은 최대 6억달러까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은행 부실 문제가 불거질수록 제프리스를 둘러싼 불안감도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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