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정부가 내년 출범을 앞둔 '기획예산처'의 약칭을 '예산처'가 아닌 '기획처'로 사용하기로 했다.
예산 기능을 강조하기보다는, 중장기 국가전략과 정책기획 기능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관가에 따르면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주 세종에서 새 기획예산처 편제에 포함될 실·국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조직 설계와 역할, 조직문화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임 차관은 "기획예산처의 약칭은 '기획처'로 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는 예산편성과 재정정책·관리, 미래사회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부처의 약칭이 '예산'이 아닌 '기획'에 방점이 찍힌 것은, 예산 중심의 부처에서 벗어나 국가 전략을 설계하는 '기획 중심 부처'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부처가 스스로 '기획 기능'을 부각하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당시 기획예산처는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보도할 때 원칙적으로 '기획예산처'라는 정식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되, 필요하면 '기획처'라는 약칭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현실에서는 '예산처'라는 약칭이 더 많이 쓰였다. 예산 편성 권한이 두드러지다 보니 기획 기능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 탓이다.
이에 따라 당시 기획예산처는 개별 사업의 편성 기능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뒷받침하는 '전략기획본부'로의 변신을 꾀했다.
조직 위상과 '예산 중심 부처'라는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고민이 녹아 있던 셈이다.
지난 2008년 만들어진 기획재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약칭을 두고 혼란이 있었다.
'기재부'와 '재정부' 등으로 약칭이 혼용됐었고, 당시 출입기자단은 투표를 통해 약칭을 '재정부'로 통일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기획재정부는 부처 약칭을 '기재부'로 불러달라고 언론에 공식 요청했다.
기재부가 부총리급 부서로 격상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국가의 정책 방향을 기획하는 기능을 강조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기획예산처의 약칭을 '기획처'로 하는 방안 역시 그때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은 강력한 수단이지만,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며 "예산과 기획 기능이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출범 준비와 함께 현장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국제협력 업무 강화, 민간기업 파견 확대, 예산업무 전산화, 닮고 싶은 상사 투표제 개선, 인공지능(AI) 기반 행정 자동화, 인사 적체 해소 등 여러 아이디어도 이어졌다.
임 차관은 "조직개편이 미안한 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의견을 환영한다. 출범 이후 중장기 전략과 예산, 재정 정책에 대해 많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기획예산처는 내년 초 공식 출범을 목표로 직제, 청사 이전, 정보시스템 구축 등 세부 준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청사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공간 확보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지난주 행정안전부로부터 해양수산부가 사용하던 5동을 배정받았다.
jhpark6@yna.co.kr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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