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전략서 AI·초혁신 비전 제시…확장재정으로 소비심리 반등
美관세 불확실성 지속…신설 재경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구조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0.23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미국 관세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확장재정으로 경기 반등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조직개편 관련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약화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시장과 환율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도 구 부총리 앞에 놓인 과제로 꼽힌다.
◇100일간 숨가쁜 일정 소화…확장재정에 경기회복
27일 관가에 따르면 올해 7월 19일 임기를 시작한 구 부총리는 전날 취임 100일을 맞았다.
구 부총리는 지난 100일 동안 그야말로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꺼져가는 경기 불씨를 살리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관급 회의만 총 22회 주재했다.
관세협상과 경제 외교를 위해 미국을 3차례나 방문하기도 했다.
구 부총리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키워드는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다.
지난 8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이런 비전을 내놓으면서 "AI 대전환은 인구 충격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할 유일한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는 확장재정 전환을 공식화하고 재정의 경기 마중물 기능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728조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8.1% 늘어난 수준이다.
여기에 구 부총리 취임 직전 국회를 통과한 31조8천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역시 단기 경기 부양에 큰 힘을 보탰다.
특히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은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었던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 결과 12·3 비상계엄 이후 곤두박질쳤던 경제 지표는 구 부총리 취임 이후 반등하는 분위기다.
지난 1분기(-0.2%) 뒷걸음쳤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0.7%로 반등에 성공했다.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출 역시 선방하고 있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5천197억8천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이에 따라 0%대로 내려앉았던 올해 성장 전망치도 1% 부근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기재부는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지난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전반적 개선 흐름을 보이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계기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2025.10.17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관세협상·조직개편 수습 과제…부동산·환율 관리도 주력
경기 반등에 있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구 부총리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구 부총리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직면한 최대 난제다.
최근 관세협상에서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후속 조치는 기재부의 몫이 될 수 있다.
또 경제 사령탑으로서 미국의 관세 인상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구 부총리의 역할이다.
구 부총리는 취임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관세협상에 돌입해 지난 7월 31일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의 '대한민국 투자 서밋' 준비, 10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등의 일정에서도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접촉을 이어가며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내년 초 예정된 기재부의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분리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것도 구 부총리의 과제로 꼽힌다.
당초 정부안은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가 흡수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국내 금융정책 편입이 무산되면서 재정경제부의 기능과 조직 규모가 기존 안보다 대폭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가 경제부총리 부처를 유지하더라도 역대 가장 약한 경제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직원들의 동요도 상당하다. 최근 기재부 내부 게시판에는 구 부총리를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밖에 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을 잠재우고 1,440원대까지 치솟은 달러-원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구 부총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구 부총리는 지난 24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각 기관은 국제금융시장 등 대외 여건을 24시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 시 적기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여 수요 관리와 함께 공급 애로 해소를 신속히 추진하는 등 주택 공급 확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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