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수막새·첨성대·화랑에 빗대 개방·연대·연결 강조
"정상회의서 AI 이니셔티브 제안할 것…뉴노멀로 자리잡길 기대"
(경주=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보호 무역주의의 파고 속에서도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는 다자주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경주 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 특별연설을 통해 "보호 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며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시대에 연대의 플랫폼으로 APEC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PEC이 지난 36년간 걸어온 여정은 협력과 연대로 공동 번영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눈부신 성장의 역사이며 그 중심에는 시대적 과제의 해법을 함께 만들어온 기업인들이 계신다"며 개막식에 함께한 기업인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1996년 문을 연 CEO 서밋은 정부와 기업, 시장과 정책을 하나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하게 해냈다"며 "금융과 경제, 바이오와 헬스케어, AI와 디지털 분야까지 여러분들의 열정과 통찰은 혁신의 씨앗이 돼 변화하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났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20년 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자유무역 체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며 "당시 의장국이었던 우리 대한민국이 발표한 부산 로드맵엔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체제를 지지하는 회원 여러분의 단합된 목소리가 담겨져 있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때와 오늘의 대외적인 환경이 많이 달라 협력과 상생, 포용적 성장이란 말이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겠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일수록 역설적으로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PEC은 위기의 순간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하며 상호신뢰가 번영의 지름길임을 입증해왔다"며 "APEC은 글로벌 팬데믹이란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도 의료 물품과 필수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 위해 협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경제회복을 위한 지혜도 모아왔다"며 "20년 전 APEC의 단결된 의지를 모아냈던 대한민국이 다시 APEC 의장국으로서 위기에 맞설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하려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가 협력과 연대의 가치가 오롯이 녹아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점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삼국시대 패권 경쟁과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천년 왕국 신라는 시종일관 외부 문화와의 교류, 개방을 멈추지 않았다"며 "그 힘으로 분열을 넘어 삼국을 통일하고 한반도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마다 새로워지며 사방을 아울렀던 신라의 정신이야말로 이번 APEC 정상회의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의 가치와 맞닿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이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연결은 단절의 시대를 잇는 연대의 힘"이라며 "대한민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역내 신뢰와 협력의 연결고리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특히 공급망 협력이 핵심"이라며 "대한민국은 APEC 최초로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화두로 민관 합동 포럼을 개최해 민관이 공급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3년 공급망 안정화법을 제정해 국내외 공급망에 대한 위기대응체계 구축했다"며 "지난 5월 통상장관회의에서는 APEC 연결성 청사진의 이행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디지털 연결 통해 인적, 물적, 제도적 연결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수막새에 빗대 연결의 플랫폼인 APEC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주의 목조건축물 중 '수막새'라는 전통기와가 있다. 처마 끝에서 빗물과 바람으로부터 건물을 지켜내고 서로 다른 기와 조각들을 단단히 이어 하나의 지붕을 완성한다"며 "연결의 지혜를 품은 수막새가 천년 세월 버티며 동아시아 문명 지붕 지킨 것처럼 인적, 제도적, 물적 연결이야말로 APEC 성장과 번영 위한 든든한 지붕 돼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이끌 혁신의 핵심으로 AI를 언급하며 첨성대에 빗대 그 중요성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주에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가 있다"며 "데이터 기반으로 별의 움직임을 읽어낸 첨성대처럼 인공지능 또한 데이터에 기초해 인류의 새로운 통찰과 방향을 제시할 지성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제안할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의 비전이 APEC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으로서 번영은 APEC이 다뤄야 하는 핵심 가치라고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APEC은 지난 세월 자유 무역과 투자 자유화 선봉에서 역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며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번영 꿈 실현하기 위해 성장의 기회와 과실 고루 나누는 일에 함께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경제 성장과 발전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선도 국가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APEC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인재 육성에도 힘쓰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8월 대한민국은 APEC 미래번영기금을 설립하고, 100만달러를 기여했다"며 "청년들의 지식교류 역량 강화는 물론 인구, 환경 등 핵심과제에 관한 연구, 창업 지원과 기술 훈련 등 5대 중점분야를 우선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신라 화랑제도가 젊은 인재를 육성하고 통일왕국 시대 열어낸 것처럼 APEC의 미래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동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 말미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영화 케이팝데몬헌터스에 빗대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케데헌에서는 케이팝 아이돌과 팬들이 강력한 연대로 어둠을 물리치는 혼문을 완성한다"며 "위기와 불확실성 시대일수록 하나 되는 연대와 협력이 우리 모두를 더 밝은 미래로 이끄는 비결"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 자명한 진리는 지난 겨울 오색의 응원봉으로 내란의 어둠을 몰아낸 우리 대한민국의 K-민주주의가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또다시 박수가 터졌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21개 경제체제가 연결된 협력의 무대 APEC이 모두가 미래로 도약할 모두의 무대로 만들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전쟁의 빚더미에서 산업화 일궈내고 역사 굽이굽이마다 민주주의 지켜낸 우리의 역사가, 그리고 오늘의 우리 대민이 여러분에게 위기를 헤쳐갈 영감과 용기를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30년째인 APEC CEO 서밋에는 아태지역 21개국 등에서 약 1천700여명의 글로벌 기업인이 참석하고 기존보다 하루 늘어난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세션과 참석 연사, 참여 정상급 인사 수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기업인으로는 서밋 의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여승주 한화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9 xyz@yna.co.kr
(경주=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9 [공동취재] sa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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