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 '지루하다' 이야기하지만, 예측 가능성이 높은 시장"
[※ 편집자주 = 일본의 중심, 도쿄가 최근 글로벌 투자자와의 연결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폐쇄적인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일본 정부와 도쿄도(TMG)가 추진하는 정책 현황과 글로벌 투자자, 현지 금융기관이 바라본 일본 시장의 경쟁력을 담은 인터뷰 기사를 송고합니다]
(도쿄=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금융 허브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본이 폐쇄적인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그 선봉에 도쿄도(TMG) 산하 기관인 핀시티도쿄(FinCity.Tokyo)가 있다. 도쿄의 금융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설립돼 글로벌 기관과 현지 기관 사이를 연결하고 시장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29일 히데카즈 이시다 핀시티도쿄 선임고문은 연합인포맥스와 도쿄 현지에서 만나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공통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일본) 매니저가 존재하느냐'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히데카즈 고문은 "해외 투자자와 직접 소통할 역량을 갖춘 매니저는 충분하지 않다"며 "특히 사모 분야에서 부족함이 두드러진다. 많은 사모펀드가 대형 금융그룹 산하에 있어 독립성을 선호하는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이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노하라 토모히코 매니저도 "자본시장 개혁으로 해외 투자자의 시장 친화성이 커져도, 대기업이 아닌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결국 현지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핀시티도쿄는 지난 2019년 6월 출범했다. 도쿄가 글로벌 금융 허브로 발전하기 위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일본 기업의 영문 공시를 지원하고, 유럽·중동 등 글로벌 거점에서 일본 시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기관장 나카소 히로시 이사장은 과거 일본은행(BOJ) 부총재를 지냈고, 총리실 산하 국가전략을 설계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히데카즈 고문은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일본 기업의 투자 매력을 제고한다"며 "정치권과의 협업까지 이어가면서 우리가 제안한 정책 중 상당 부분이 실제 정책에 반영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핀시티도쿄는 도쿄의 강점으로 '소프트파워'를 꼽았다. 정치·경제가 안정적인 일본 시장은 투자의 안정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토모히코 매니저는 "최근 트럼프트레이드로 인해 미국 달러가 풍부해지자 많은 펀드가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된 자산 시장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며 "일본 시장은 '지루하다'는 이야기하지만, 예측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의 투자 자금이 국내 기업의 새로운 성장에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히데카즈 고문은 "외부 투자자의 존재는 일본 기업을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고 지배구조를 세련되게 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가족·지주 중심 기업은 공시나 지배구조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 개혁을 통해 내부 개혁을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투자자와 대면 횟수를 늘리고 교류를 지속해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모히코 매니저는 "중동의 아부다비 등 주요 글로벌 거점에 일본의 존재감을 강화하려면, 생태계(Ecosystem) 안에 꾸준히 참여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단기 성과보다 인내와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해 조언도 내놓았다.
토모히코 매니저는 "런던에서 한국을 홍보하는 관계자가 시장 개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현재 미흡한 점까지 언급하다 보니, 한국이 훌륭한 투자처라는 메시지가 다소 일관되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며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일본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이 지역으로의 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메시지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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