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스피 지수가 45년 만에 4천선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60% 넘게 상승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주식시장이 됐다. 무엇이 코스피를 끌어 올리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인공지능(AI) 투자 증가와 글로벌 유동성 확대 등을 말할 수 있지만, 이재명 정부 주도의 기업 거버넌스 개혁도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해야 한다. 특히 일반주주의 권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지배주주가 문제라는 인식으로 1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의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이 8월에 통과됐다. 현재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 주주이익 환원 움직임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우선 해외 펀드들의 주주 활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영국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공개 제안을 발표한 데 이어 싱가포르 소재 투자운용사 메트리카도 LG화학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며 적극적인 관여에 나섰다. 팰리서캐피탈은 이사회 개편과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등을 공개 제안했다. 메트리카는 LG화학의 주가 부진 원인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과도한 지분 보유와 LG화학 주주들에게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최적이 아닌 구조(suboptimal structure)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행동주의 펀드라고 하면 해외만 적극적이라고 여겼지만,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늘어나고 국내외 합작으로 행동하는 펀드들도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큰손' 국민연금도 LG화학을 비공개 중점 관리기업으로 지정하면서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이런 행동주의 펀드들의 이사회 진입 시도는 거세지고, 이는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면서 일반 주주의 권익을 증가시키고, 결국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포의 확대다.
기업은 매년 주주서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에 대응해 밸류업 플랜을 만들어서 주주들에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도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단골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면 기업이 먼저 밸류업 계획을 마련하는 쪽으로 움직여서, 충분한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주주환원 계획을 먼저 제시한다면 오히려 시장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에도 좋은 일이다. 과도한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고 자본을 최적화하는 것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효율화를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일이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60% 넘게 올랐지만, 9월 이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이 두 주식을 많이 담지 않은 펀드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국내외 펀드들의 기업에 대한 주주환원 욕구를 불태우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알지 못하는 사이 펀드들이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증가할 수 있다. 내년 주주총회장의 주인공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디지털뉴스실장)
liberte@yna.co.kr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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