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현장에서] 금감원장의 머니무브…다주택 논란 딛고 국장 베팅

25.10.30.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8월, 숱한 하마평을 뒤로하고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됐다. '깜짝 인사'라는 평이 뒤를 이었고, 금융권에서도 이 원장의 이력에 관심을 모았다.

이찬진 원장에 대한 첫인상을 요약하는 키워드는 '5억원'이라는 숫자였다. 대통령의 오랜 친우로, 수억 원의 자금을 빌려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해석과 함께 업계 관계자들의 머릿속에는 부러움을 숨긴 한 가지 생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도대체 자산이 얼마인 거야?"

이후로 이 원장의 자산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이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였다. 인사청문회를 따로 받지 않는 금감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재산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에는 아파트가 문제였다. 정부는 10·15 대책과 생산적 금융으로 부동산 레버리지를 틀어막은 상황에 더해, 이 원장이 과거 다주택자에 대한 성난 발언을 이어왔던 이력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서초구 아파트 2채, 한 채는 주거용에 한 채는 '짐 보관용'이라는 그의 말은 민심을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논란이 이어지자 이찬진 원장은 국감 기간에 보유 아파트 중 한 채를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22억원이니, 18억원이니 하는 호가에 대한 잡음은 이어졌지만 결국 집은 팔렸다.

지난 29일, 계약금 2억원이 입금되었다는 사실까지 생중계됐다. 이 직후 원장이 계약금을 들고 찾아간 건 증권사 영업점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와 민심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 원장은 오후 2시 30분, KB증권의 영업부 금융센터 창구에 있었다. 다른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매뉴얼에 따라 한 시간가량 상품 설명을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

그가 선택한 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과정은 가시밭길이었지만, 어쨌든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그간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이 말하는 '머니무브'에 그도 동참했다. 다주택자 논란은 결국 생산적 금융으로 마무리됐다.

금감원장이 현장 감독이 아닌 자신의 자산을 투자하기 위해 영업점에 공개 방문한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날의 풍경은 한국 자본시장에 남을 하나의 장면이 됐다. "부동산 대신 주식을 사라"는 정부의 슬로건이 실현된 순간이다.

과거 고위 관료나 정치인에게 주식은 금기어와 같았다. 정책 입안이 아닌 이상, 이들이 주식과 엮이는 건 대부분 논란과 특검으로 상황이 흘러갔다.

그러나 분위기는 바뀌었다.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스스로를 '개미'라 칭하며 표심을 얻고자 했고, 이는 효과적 전략이 됐다. 이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외치는 조직이 꾸려졌다. 한국거래소는 대통령을 비롯한 의원들의 단골 방문지가 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PBR 10'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고, 먼저 재산 내역이 공개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7천만원어치 주식 포트폴리오도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이제 민심은 고위 관료가 국내 주식을 들고 있는 것에 반감이 없다. 다주택보다 국장 투자가 낫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러한 원장의 행보를 두고 그가 강조한 소비자보호와 연결 짓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간 "가족에게 팔 수 없는 상품은 출시하지 말라"며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판매 전 과정에 투자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현장 경험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고객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체감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지점을 방문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부 박경은 기자)

gepark@yna.co.kr

박경은

박경은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