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년 이내의 단기 국고채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국채 발행당국 수장이 그간 금기시돼 온 민감한 주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다만, 단기물의 대표격인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발행하는 한국은행이 정부의 단기 국고채 발행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수요자인 채권시장도 단기 국고채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단기간에 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 수익률곡선이 가리키는 단기 국채 필요성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의 단기 국고채 발행 필요성 대한 질문에, "시장 수요 대응이라든지 효율적 재정 운용 등을 감안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구 부총리는 "통안채와 경합하는 문제 등이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가자 또는 유관기관과 협의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기 국고채 도입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이 국회에서 "초단기 국채 같은 경우에는 통안채와 같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던 데서 한발짝 더 나간 것이다.
정부가 단기 국고채 도입 필요성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스탠스로 돌아선 것은 국고채 발행물량 확대가 예고된 가운데 그에 따른 이자 비용도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국고채 차입이자 상환 예산으로 약 30조원을 편성했다.
향후에도 적자국채 발행 규모 확대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자 비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최근 글로벌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저금리 회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는 것도 고민이 깊어진 이유다.
우리나라 국고채의 수익률곡선을 보면 1년 구간 민평금리가 2.445%로, 2년물 2.633%보다 약 19bp 낮고 10년물 3.058%와 비교하면 61.3bp 낮다.
연초 8.6bp 수준이던 잔존 만기 국고채 1년과 10년물의 금리 차는 전 거래일 61.3bp로 크게 벌어졌다.
종전 긴 만기로 발행하던 국고채의 일부를 단기로 돌려 찍으면 금리 차만큼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 2차관 출신인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내년 국채 발행 한도의 10%인 23조원을 국고채 30년물에서 1년물로 전환할 경우 금리 차이로 인해 연간 이자 비용이 1천200억원가량 절감될 것이다"며 국고채 1년물 도입을 주장했다.
해외 사례를 봐도 단기 국채 발행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글로벌 부채 보고서 2024'를 보면 OECD 국가 국채 중 만기 1년 이하 비중은 지난 2023년 50%와 지난해 51%를 나타내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만기가 1년 이내인 T-bill 발행 규모가 지난해 24조6천63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일본의 경우엔 2020회계연도에 단기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그간 발행하지 않았던 6개월 만기 국채를 대규모 발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기 1년 이내 채권으로 재정증권이 있지만, 연내 상환해야 하는 특성상 발행에 제약이 따른다.
◇ 통안채 국고채로 양분…한은, 반대입장 분명
다만 한국은행은 단기 국고채 도입이 종전 통안채와 국고채로 양분되는 무위험채권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단기 국고채 도입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단기 쪽은 통안채에 맡기고 중장기는 국채에 맡기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 등 다른 어떤 이유로 단기 국채를 만든다고 하면 시장이 분할될 염려가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화안정증권이 단기 구간에 발행되고 있는데 국고채를 비슷한 만기로 찍으면 구축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수지 흑자 등 외환자금 유입 등으로 유동성이 과도할 때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통안채를 발행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상수지 흑자에 해외 부문에서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통안채 발행을 통한 통화량 흡수가 본격화했다.
국고채가 1년 이내로 도입될 경우 통안채의 수요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담보 등 활용도 측면에서 통안채는 국고채보다 선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기 1년 이내의 무위험 채권의 경우 외국인의 재정거래 수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수요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
이 총재는 "현 체제를 유지해서 통안채를 통해 단기채권 관리는 중앙은행이 하고, 정부의 유동성 관리는 한은 차입을 통해서 해결해서 시장을 분할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 "발행 필요성 공감하지만 혼란 피해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단기 국고채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과거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벌어졌던 혼란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기재부가 국고채 2년물을 신설하자 한은이 통안채 3년물을 도입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도 했다.
A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다른 나라와 달리 단기 쪽은 중앙은행의 통안채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기관과 외국인들도 통안채에 익숙해 있는 상황이라 통안채와 선제적으로 경합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단기 구간에 통안채가 있어서 투자자 입장에서 큰 의미는 없다"며 "단기 조달이 워낙 세계적 추세이고, 정부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 같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C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1년 구간 등 공급 파이프를 늘려놓으면 향후 늘어나는 국고채 공급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며 "시장 불안시 한은이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것보단 시장 논리로 원활히 소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머니마켓펀드(MMF)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만기 1년 이내인 대기 자금이 채권시장에 상당하다"며 "이러한 자금을 끌어들이면 다른 만기의 공급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연합인포맥스
hwroh3@yna.co.kr
노현우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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