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조가 '모피아(Mofia) 힘 빼기'로 뚜렷하게 옮겨가고 있다. 과거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료 출신이 차지하던 경제·금융 관련 공기업·단체 수장 자리에 최근 내부 출신들이 속속 등용되며 이러한 기조가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국무조정실장과 통계청장(현 국가데이터처), 관세청장, 조달청장 등 기존 기재부 출신이 주로 발탁됐던 요직을 내부 출신으로 채운 데 이어 지난 9월 산업은행 회장과 최근 수출입은행장까지 첫 내부 출신 인사가 인선되면서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두 국책은행장 자리는 정권 초기부터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전직 관료들이 물망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꿈꿨으나 인사 경로에 오류가 생기게 됐다.
'모피아'라는 말은 과거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를 합친 말이다. 과거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정계와 금융권 등에 진출해 많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을 비판적으로 지칭한다. 행정고시 재경직의 최선호 부처이자 경제 엘리트 관료들의 집합소로 서로 밀고 끌어주며 끊임없이 자리를 대물림했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금융 장관직부터 대통령실 정책실과 경제수석 등의 자리를 차지하며 국내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이들은 경제·금융 관련 산하기관장 및 민간 금융지주 회장 자리까지 싹쓸이하며 수십 년간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정경유착,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으로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있었지만, 견고한 벽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엘리트 의식과 자부심은 그들이 밤새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원래 그래왔다'는 게 이유가 되어 그동안 암막 뒤에서 은밀하게, 때로는 드러내놓고 행해지던 관습이 현 정부들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기재부의 예산실 분리와 금융감독체계 개편 추진, 전 정부 1급 공무원들에게 일괄사표를 받는 등 강한 인사 쇄신 기조를 보인 것도 장기적으로 모피아를 타깃한 것으로 보고 있다.
끈적끈적한 관료 조직을 바꾸기 위해 꺼낸 첫 번째 카드인 '내부 출신 발탁'은 일단 그림이 나쁘지 않다. 조직 이해도가 높고 연속성과 안정화 측면에서 반발이 덜하다. 정책 이해도나 네트워크까지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낙하산 부럽지 않을 것이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동문이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정치권을 망라한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작용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조용하지만 강한 '끈'을 가지고 있는 내부 인사가 주목받는 시대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유재훈 사장 후임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고, 또 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연말 김성태 행장 후임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결제원, 보험개발원, 여신금융협회 등 내년 초까지 15곳 안팎의 금융 공기업·유관기관장 도미노 인사가 예정돼 있다.
다만 이 카드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금융권에선 현 정부가 내부 출신 등용이라는 '맛보기 인사' 이후 캠프 출신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 싱크탱크에서 활동한 국회의원, 교수 등 보은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이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의 차기 사장과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에는 각각 캠프 출신의 대통령 측근과 국회의원이 내정됐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느 정부든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을 중용하는 것은 순리다. 그렇다고 인사가 모피아 배제 등 어떤 목적을 위해 이뤄지는 것은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 동시에 또 다른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능력있는 인물이라면 모피아든 내부 출신이든 국회의원이든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
정부의 영(令)이 제대로 서려면 떳떳한 인사가 필수다. 혹여나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금융권으로 내려보냈다가 '차리라 모피아가 낫다'는 말을 다시 듣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금융부 이현정 기자)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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