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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욱의 파노라마] 美 대량 해고, '고용 없는 성장' 신호탄인가

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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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기업들의 계속되는 구조조정이 일부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고용정보기업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미국 기업의 10월 감원 규모가 15만3천74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대비 183%, 전년 동기 대비 175% 급증한 수준이다. 10월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최고치다. CG&C의 앤드루 챌린저 선임 부사장은 "2003년과 마찬가지로 파괴적인 기술이 환경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파괴적인 기술, 즉 인공지능(AI)에 따른 경영 효율화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주요 빅테크들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말 1만4천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5월과 7월에 걸쳐 총 1만5천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물류 대기업 UPS는 지난달 미국 내 4만8천명의 감원 계획을 내놓았고, 프록터 앤드 갬블은 세계적으로 7천명의 감원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빅테크들이 지난 3분기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나타났다. 실제 이들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AI에 의한 프로그래밍 자동화 기술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 고용 없는 성장으로 향해간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컨설팅 업체인 컬쳐 파트너스의 최고 전략책임자 제시카 크리겔은 "이번에 급증하고 있는 기업들의 감원은 경기와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며 "AI가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새로운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빅테크들의 감원은 기술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연구원 로라 누르스키는 "직원을 줄이기로 한 결정은 기술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생산성, 비용, 인력에 대한 관념에 따라 형성된 전략적 선택"이라며 "AI에 의한 해고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이러한 결정들을 기술 결정론이라는 외피 뒤에 숨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서치 업체 컨퍼런스보드도 "광범위한 업종에서 감원이 진행되는 배경은 기업들이 AI가 도입되는 지금이야말로 구조조정의 기회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면 인원을 줄여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AI를 구조조정의 이유로 삼는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AI 도입에 따른 해고는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광범위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에도 AI 도입이 고용 수준에 미치는 영향은 적고, 일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AI 기술로 창출되는 새로운 일자리가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다른 직종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그 영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골드만의 진단이다. 특히 "기술 도입으로 인한 일시적 실업은 일반적으로 기술 주도 생산성 증가율이 1%P 높아질 때마다 미국 실업률을 0.3%P 끌어올린다"면서도 "이러한 일자리 감소는 대게 일시적이며, 2년 후에는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AI 도입 시기에 나타나는 대규모 감원 사태를 경기 상황과 연계지어 해석하는 것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는 셈이다. AI발(發) 감원이 기업의 생산성과 임금 구조, 직무 구조 등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빅테크 감원에 따른 민간 고용 지표가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한창일 때 악재가 된 것도 주목할만하다. 펀더멘털 측면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시장이 매도 재료를 찾을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국제경제부 권용욱 기자)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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