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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업 거버넌스에 회초리 든 대학생들

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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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실제 ROE(자기자본이익률)는 더 높을 수 있는데, 리턴을 지배주주가 소유·지배 괴리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거버넌스 리스크를 해소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면 자본조달 비용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숙련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프레젠테이션도 아니다. 지난 7일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제2회 대학생 기업 거버넌스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발표 내용이다.

'제2회 대학생 기업 거버넌스 경연대회'에서 발표하는 참가자

[촬영: 김학성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과 토론을 장려하기 위해 열렸다. 전국에서 총 26팀이 참가했고, 전문가들의 철저한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5팀(고려대 2·서울대 1·연세대 1·홍익대 1)이 이날 본선에 올라왔다.

주제는 개별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 방안이었다. 기업 거버넌스 이해도와 사실관계 조사, 결론의 창의성 및 타당성, 기업의 수용 가능성 등 기준에 따라 순위가 가려졌다.

팀별로 15분의 발표, 10분의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첫 팀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발표 자료는 금융권 현직자의 그것을 방불케 했고, 분석도 날카로웠다.

참가자들은 대상 기업의 낙후한 거버넌스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부당 내부거래로 인한 주주 간 부의 이전, 지배주주의 범죄, 독립성을 상실한 이사회 등이 거론됐다. 경쟁사와의 원가율을 자체 비교·분석해 사익편취 규모를 추정한 시도는 청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나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한 대안을 제시하는 대목에서는 현실성에도 신경 쓴 티가 났다.

2시간이 흘러 5팀이 모두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기자로서는 도저히 어느 팀이 1등을 차지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막상막하였다. 심사위원들은 계획한 시간을 넘겨서까지 평가를 집계하며 어렵사리 결론에 도달했다.

1등을 차지한 '관악산 너구리들'의 김성훈 씨(오른쪽)

[촬영: 김학성 기자]

1등의 영광은 '관악산 너구리들'에 돌아갔다. 발표를 맡은 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 김성훈 씨는 "대회를 준비하며 한국에 아직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들이 많지만, 좋은 기업들은 주가를 잘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다음 학기 같은 대학 경영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기업 재무와 지배구조를 공부하는 연구자의 길을 걸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분석 대상으로 삼은 농심[004370]의 주력 라면 '너구리'를 좋아해 이같이 팀 이름을 지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심사평에서 "참가자들의 이해도가 높아 깜짝 놀랐다"면서 "거버넌스를 따질 때 회사가 속한 산업이나 장기 시계열, 국내외 경쟁사도 같이 살펴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발표와 시상까지 끝나니 어느새 해는 지고 바깥은 어둑어둑했다.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누구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기념 촬영을 하는 심사위원들의 얼굴에서는 대견함이, 참가자들에게서는 열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산업부 김학성 기자)

시상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는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촬영: 김학성 기자]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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