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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지형까지 바꾸는 '1호 도서공항' 울릉공항…공정률 70% 육박

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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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3동 크기 케이슨을 바닷속에 가라앉혀 기반 공사

울릉 주민 1천500m 활주로 요구에 국토부는 1천200m안 고수

(울릉=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울릉도 남부 사동항 일대에서 건설 중인 '국내 1호 도서 공항' 울릉공항의 공정률이 70%를 향해 달리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6일 찾은 울릉도 울릉읍 사동리 일원 울릉공항 건설 현장. 이곳에서는 약 13만평(43만㎡)의 부지에 DL이앤씨[375500] 등 8개 시공사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 공항인 울릉공항을 짓고 있었다.

총사업비 8천792억원에 10월 말 기준 공정률은 68.7%이다. 현장에서는 올해 말 공정률 70% 달성을 목표로 포크레인과 트럭, 각종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울릉공항은 도서 지역 주민의 응급구호 지원과 해양영토 관리,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2011년 첫 조사에 착수해 2020년 공항 건설에 들어갔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강릉을 거쳐 울릉도까지 약 7시간이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단축되며, 전국 어디서나 당일 울릉도 왕복이 가능해진다.

울릉공항은 비록 소형 공항으로 설계됐지만 바다 위에 건설하다 보니 공사 난이도는 육지 공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울릉도의 명소였던 가두봉을 절취한 흙으로 평균 수심 23미터(m)의 바다를 메웠고, 파도에 대비해 그 위에 평균 46m의 높이로 토사를 더 쌓아 올렸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당시 평균 수심은 1m에 불과했고, 난공사로 꼽히는 부산 가덕도 공항 예정지의 평균수심이 20m다. 이와 비교하면 울릉공항의 사업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흑산도와 연평도 공항 등 후속 도서 공항 사업의 추진 여부도 사실상 울릉공항의 성패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8개 시공사, 한국종합기술 등 건설사업관리단은 울릉공항 건설에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DL이앤씨 등 시공사들은 울릉공항 건설에 특이한 공법을 시도하고 있다. 보통 항만 공사에 쓰이는 '케이슨'을 활주로 지하 기반 공사에 활용해 공항을 건설하고 있는 것인데, 공항 건설에 케이슨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가 어렵다.

케이슨은 1개가 12층 아파트 3동 크기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울릉공항 건설에는 1개에 최대 1만6천톤(t)짜리 케이슨 30개가 동원됐다. 사전에 기계 및 잠수부가 해저에 들어가 평탄화 작업을 완료한 뒤, 포항에서 만들어 가져온 케이슨을 가라앉혀 그 위에 활주로 등 공항 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김현기 건설사업관리단 단장은 "케이슨 공사가 끝나면 올해와 내후년까지 공사가 핵심"이라며 "성토공사나 포장 공사는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올해처럼 내년에도 기상 상황이 좋다면 목표 연도에 공사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취한 가두봉에서 토사를 옮기는 공사 현장

[출처 : 한종화 기자]

건설사업관리단 현장 브리핑

[출처 : 한종화 기자]

◇ 울릉 주민 "활주로 1천500m로 확장해달라"…국토부 "1천200m도 충분"

지난 6일 국토부 관계자와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 시공사들이 건설 현황을 브리핑하던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남한권 울릉군수와 울릉도 주민들이 현장 사무실에 들어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달라며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울릉도 주민들은 공항의 활주로 길이 1천200m는 50인승 항공기를 위해 설계된 안이며, 현재 도입 예정 항공기인 프랑스제 ATR72-600은 70인승이기 때문에 활주로를 1천500m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ATR-72로 항공기가 변경된 이유는 여객기 운영의 경제성 때문이다.

남 군수는 "작년 무안 공항 사고 이후 과연 1200m 활주로가 안전한지 우리 군민이 굉장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수심이 32~60m인 활주로 동쪽이 아니라 (서쪽)이쪽 방향을 늘려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은 1년에 한두 번 왔다 가지만 군민은 상시로, 정말 신발처럼 활용해야 할 공항이다"라며 "이왕 만드는 거 잘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우리 군민들의 강력한 요청"이라고 호소했다.

군민들의 요청은 근거가 있었다.

ATR 항공기 제작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실제로 이륙 시 필요한 활주 거리가 1천315미터라고 명시돼 있다.

이륙 거리가 표시된 화면

[출처 : ATR 홈페이지 캡처]

남한권 울릉군수

[출처 : 한종화 기자]

그러나 국토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활주로 연장 시 공사비가 약 1조7천억원으로 기존 사업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나고 사업 기간도 최소 3년 이상 추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수심이 깊은 동쪽으로 활주로를 확장했을 경우의 추산이다.

국토부는 내심 활주로 확장 문제로 2027년 예정인 울릉공항의 개항이 미뤄질 경우, 울릉공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도서 공항 사업 자체가 멈추어 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륙거리 1천315m는 최대 연료 등 탑재하는 등 최대한 무겁게 한 상황에서의 이륙거리로 단순 제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운영 단계에서 항공기는 회항 대비 대체 공항으로의 이동, 체공 시간 등을 모두 계산한 법정 연료를 탑재하고, 승객 좌석도 항공사의 상황에 맞도록 조정(68석 예정)해 운항하게 된다"며 "연구 용역 및 울릉 취항 항공사인 섬에어의 확인 결과, 1천200m 활주로에서 이착륙 무게 중량의 제한 없이 운항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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