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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고용 30조에 AI·친환경까지…기업 청구서 부담

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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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5세 연장에 고용 비용 年 30.2조

AI 및 친환경, 무역 재편 등 과제 산적해 속도 조절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여당의 정년 연장 입법이 속도를 내면서 산업계의 주판알 튕기기가 바빠졌다. 호봉제가 기반인 연공형 임금체계에서 정년부터 연장하면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고용 비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변하는 통상 환경과 인공지능(AI) 대응, 녹색전환(GX)까지 각종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온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주최한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 연내 촉구 기자회견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30년 근속자 임금이 초봉의 3배…59만명 영향권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법정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60~64세 정규직 근로자 고용에 따른 비용은 연간 30조2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정규직 근로자 59만명의 임금과 4대 보험료를 합친 규모다. 간접 노동비용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연공형 임금체계 때문에 '스노우볼(눈덩이)' 효과가 생긴다. 장기근속 근로자일수록 기본임금이 누증되기 때문이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근속 30년 이상 장기근속 근로자 임금이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보다 3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보다 앞서 같은 임금체계를 채택했던 일본(2.3배)보다도 높고, 독일(1.8배), 프랑스(1.6배) 등 유럽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고용 유연성까지 낮다 보니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특히나 노동조합이 막강한 소수 대기업이 이중구조를 심화시켰다. 노조를 보유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중소기업의 약 3배 정도다.

이는 대기업 선호의 청년 취업시장과 맞물려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다. 한국은행은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고령층(55~59세)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층(23~27세) 근로자는 약 0.4~1.5명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일수록 청년 신규 채용 규모가 더 축소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계속고용장려금의 고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재고용제도 도입 사업장은 청년고용을 증가시켰지만, 정년 연장을 도입한 사업장은 청년고용이 줄었다고 봤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의 비중을 미래 세대에서 기성세대로 이동시켜야 하는 고민이 뒤따른다. 산업계에서 세제 등 각종 지원과 고용 유연화, 연공형 임금체계 변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

[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 AI 전환과 맞물린 정년 연장에 갈피 잡기 어려워

산업계에서 고임금 구조 고착화와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은 갑자기 출현한 문제가 아니다. 다수 선진국이 AI 전환(AX)과 신산업 개척으로 타개하려는 상황을 지켜봤다.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기에 엄두를 못 내다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돼 기지개를 켜는 상태다.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고령 근로자 비율은 작년 기준 28.3%다. 실버산업이 주축인 보건복지업과 전통적으로 고령층이 많은 시설관리업을 제외하면, 제조업과 건설업, 금융보험업 등에서 고령층이 크게 늘었다.

이중 제조업은 국가적인 AX가 한창이다. 산업통상부가 이 분야를 인공지능을 중심에 놓고 탈바꿈하고자 얼라이언스 'M.AX'를 출범했다. 산업계와 정부, 연구기관까지 모두 머리를 맞댔다. 그만큼 급한 과제로 해석된다. 정부가 뒷받침해주긴 하지만, 기업들도 여기에 우선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현실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않아 노하우를 이어가기 어렵고 성장도 정체되는 갈림길에 있다"며 "정년 연장이 되더라도 잠시 연장되는 성격이기에 경쟁력 측면에서 AI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업계가 맞닥뜨릴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에도 동참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흐름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부가 150조원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처럼, 산업 구조 역시 대변혁기에 있다. 쌓이는 비용이 기업 생존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김현석 부산대학교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등 경제환경 변화로 인해 고령자 고용 확대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정년 연장은 기업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처럼 고속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논의가 조금 천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주요 업종별 임금근로자 중 고령 근로자(55세 이상) 비율 변화

[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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