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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섭의 공간] 트리니원을 위한 변명

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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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전액 현금이 필요한 아파트에 5만명 이상이 몰렸다. 지난 11일 진행됐던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특별공급을 제외한 230가구 모집에 총 5만4천631명이 신청해 평균 237.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약 한방에 로또를 노리는 수많은 사람이 몰린 결과다. 당첨만 되면 자신의 집을 당장 팔고 가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해졌다.

[출처:연합뉴스 사진자료]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분양이 이뤄지면 우리는 흔히 '로또 분양' 또는 '로또 청약'이라고 부른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이 화제가 되는 이유다. 트리니원(Trinione)은 삼위일체를 뜻하는 'Trinity(트리니티)'와 삼성물산[028260]이 고급 주거단지에만 붙인다는 'One'을 합친 합성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불리는 '래미안 원베일리'도 성이라는 뜻의 'Bailey'에 원이라는 단어를 붙인 형태다. 원베일리와 트리니원은 모두 삼성물산의 고심이 묻어나는 이름이다.

트리니원과 원베일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들 아파트가 모두 지도상 한강변 주변 반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행정동상으로 보면 트리니원은 반포본동, 원베일리는 반포2동이다. 두 아파트는 행정동까지 같지는 않지만, 핵심은 트리니원의 분양가가 얼마고 주변시세와 괴리가 최소 20억원에서 40억원 정도 된다고 하는 기준점이 원베일리이기 때문이다. 원베일리는 최근 국평이라 불리는 34평, 즉 84제곱미터(㎡) 기준 실거래가가 7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원베일리는 한강변이 잘 보이는 이른바 로얄동·로얄층(RR)의 시세와 그렇지 않은 단지의 가격 차가 10억 정도 되는 독특한 아파트기도 하다. 트리니원은 주변 시세와 비교해 저렴한 아파트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주변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고 2억원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평균 분양가가 평당 8천만원대에 불과하면 저렴한 정도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저렴한 아파트라는 단어에는 함정이 있다. 청약에 당첨이라도 되는 날에는 매수금액 전액을 대부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대출받더라도 취득세를 내면 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트리니원은 주변시세보다는 싼 아파트지만 절대 싸지 않은 아파트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트리니원의 국평 기준 분양가는 27억원이다. 25억원 초과 아파트에 해당해 10·15 부동산 대책의 대출 기준으로 2억원이다. 2억원을 대출받으면 취득세로 약 9천만원 정도를 낸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에 쏟아부을 수 있는 돈은 고작 1억원 정도다. 트리니원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전액 현금이 필요하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분양가

[출처: 청약홈]

앞으로 일정도 만만하지 않다. 트리니원은 후분양 아파트로 내년 8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분양 아파트의 특징상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으로 구성되지만, 계약금과 중도금을 이곳저곳에서 유동성을 확보해 꾸역꾸역 해결해간다고 해도 잔금으로 전환될 때 나올 수 있는 대출금은 최대 2억원이다.

그것도 이를 입주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앞으로 9개월 안에 모두 해결해야 한다. 신용대출도 1억원 이상 가용할 수 없다.

트리니원이 화제가 되면서 분양시장도 이제 현금 부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온다.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아직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그 대출이라도 나올 때 집을 사라는 말도 들렸다. 훗날 대출이 전혀 안 나올 때가 결국 올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말이다. 앞으로 몇 년간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분양은 제로에 가깝다. 당분간 신축 아파트가 없는 세상이 오는데 시세 차익이 최소 20억원이 되는 아파트에 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대출 규제는 현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다. 당장 공급이라는 요인을 컨트롤할 수 없기에 수요를 잡을 수밖에 없다. 종국에는 서울 아파트의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이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가 적기에 확실한 공급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민들을 위한 공평한 기회를 표방한 우리나라의 청약제도가 시세차익으로 포장된 부자들의 게임이 되는 걸 누구도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산업부 차장)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출처: 홈페이지]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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