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조직 된 사업지원실…TF 때보다 역할·규모 확대
수장 직급은 부회장→사장 '후퇴'…의미 해석 분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신설한 사업지원실이 삼성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활'을 의미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 측은 기존 임시조직이었던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간판만 바꿔 단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재계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서 규모와 역할이 커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 전체의 미래 전략을 짜고 그룹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 보기엔 일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조만간 진행될 사장단·임원 인사와 추가 조직 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사업지원실의 역할과 위상 등을 짐작할 수 있는 힌트가 나올 거란 기대가 높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업지원TF에 경영진단실 합쳐…규모·역할 확대
14일 재계와 삼성전자[005930]에 따르면, 최근 조직 개편으로 출범한 사업지원실은 전략팀과 경영진단팀, 피플(인사)팀, 인수합병(M&A)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있던 전사 경영진단실을 삼성전자로 끌어와 기존 사업지원TF와 합쳤다는 점이다.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 전(全) 계열사의 감사와 경영 컨설팅 기능을 담당했던 곳이다. '계열사의 요청이 있을 시'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조직의 경영과 업무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이 조직을 글로벌리서치 밑에 둔 것은 자칫 특정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조치였다. 그러나 설립 1년 만에 삼성전자 내부로 이관했다. 경영진단팀이 경영진단실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면, 삼성전자가 그룹 전반의 경영을 진단하는 형태가 된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 전담팀(M&A팀)도 새로 꾸렸다. 추가적인 인력 충원 없이 기존 사업지원TF와 경영진단실에 흩어져있던 유관 인력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조직 정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삼성이 최근 M&A 대상 물색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조직 규모가 커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앞서 인공지능(AI)과 로봇, 디지털 헬스, 메드텍 등을 M&A 후보군으로 꼽은 바 있다.
종합하면 이번에 사업지원실이 출범하며 기존 사업지원TF보다 규모와 역할이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임시 조직' 딱지를 뗐다는 사실만으로도 전략과 감사, 인사, M&A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 기존 사업지원TF도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후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조정과 시너지 제고 기능 등을 담당해 '미니 컨트롤타워'로 불렸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사업지원실은 그룹 컨트롤타워 개념과 역할에 한결 더 가까워졌다는 데 이견이 없다.
최소한 컨트롤타워 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7개 팀, 200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됐던 과거 미전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수장은 박학규 '사장'…부회장 승진 여부 '촉각'
다만 의구심이 남는 부분이 있다.
사업지원실 수장이 박학규 '사장'이라는 점이다. 인물 자체가 아닌, 직급 이슈다.
박 사장은 1988년 삼성에 합류한 뒤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등 요직을 거친 그룹 내 대표 전략·재무통이다.
'삼성 2인자'로 불리며 사업지원TF를 이끌었던 정현호 부회장도 전략과 재무에 능했던 인물인 만큼, 그의 후임으로 그럴싸하다는 평가가 벌써 나온다. 박 사장과 함께 '포스트 정현호' 후보로 여겨져 온 건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에 임명된 최윤호 사장 정도다.
하지만 박 '사장'은 정 '부회장'보다 직급이 한 단계 아래다. 수장만 놓고 보면 '부회장급' 조직이 '사장급'으로 격하됐다.
사장 직급에 사업지원실장을 맡겼다는 건 자칫 역할 수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따라붙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가 사장이고, 삼성전자 내 사업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경영진단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업부 중 부회장(DS부문·전영현 부회장)이 있는 곳도 있다.
일각에서 박 사장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는 배경이다.
정 부회장의 경우 2017년 처음 사업지원TF장이 됐을 당시 사장이었지만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에 앞서 삼성 컨트롤타워 수장을 맡았던 이학수 부회장과 김순택 부회장, 최지성 부회장도 비슷한 루트를 거쳤다. '삼성 2인자=부회장'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했다.
이에 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다면 사업지원실이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라는 해석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사업지원TF장으로 4년을 꽉 채우고 부회장을 단 정 부회장보다 다소 빠른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이 4살 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승진 자체가 이른 편은 아니다.
반대로 사업지원실이 그룹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는 삼성이 이러한 해석을 막고자 사장급을 계속 실장으로 둘 거란 관측도 있다. 'TF'를 '실'로 격상한 상황에서 수장까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2025.10.31 photo@yna.co.kr
그보다는 이재용 회장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조직 안정화를 구축하는 게 삼성이 더 원하는 그림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끈질기게 괴롭히던 사법 리스크를 말끔히 털어낸 데다 최근 반도체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경영에도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무엇보다 미전실 해체는 삼성이 과거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을 당시 이 회장이 직접 약속하고 이행한 사안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은 이를 뒤집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삼성은 재계에서 유독 '그룹'이라는 개념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머지않아 발표될 삼성 사장단 인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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