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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대통령은 항상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둘 다 들어와서 토론하길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꼽히는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12일 개최된 워싱턴 포럼에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 회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사모펀드의 거물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봐도 '외골수'다. 자신의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일단 '그대로 가'하는 경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해싯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반적인 사안은 주로 장관들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한다.
해싯 장관은 장관들이 일상적인 사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6개월 전에 이미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렇게 하면 괜찮아한다"고 힌트를 준다고 한다.
그러나 사안이 클 경우에는 "루스벨트 룸에서 회의를 열고, 주요 인사가 대통령에게 어떤 선택지를 제시할지 먼저 논의한다"면서 "그 후 찬성·반대 역할을 정해 오벌오피스에 들어가 대통령과 토론한다"고 전했다.
해싯 위원장은 "모두가 찬성하는 사안이 아니라면, 그(트럼프 대통령은)는 오벌오피스에서 활발하게 토론하길 원한다"면서 "충분한 논쟁이 없다면 그가 직접 논쟁을 끌어낸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와 같은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의견도 경청하는 민주적이라는 의미와 상통하진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논쟁을 좋아하는(debate-driven) 인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 위원장을 불러 '케이지 파이트'를 붙였다고 한다. 지난 2018년 5월 17일 폭스뉴스 기사를 보면 이를 두고 '관세 전략을 두고 벌이는 내전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하는 사람의 '자신감'을 본다고 전해진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생각보다 즉흥적이지 않다는 점도 설명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이후 "하룻밤 생각해보겠다"고 말한다면서 즉시 결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해싯의 이러한 답변을 들은 루벤스타인 회장은 "모든 사람이 떠난 뒤 누군가 그(트럼프 대통령)의 귀에 속삭이면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 일이 있는가"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른바 '최신 효과'(Recency Effect)를 경계하는 것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처음에 들은 것과 마지막에 들은 것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는 경향이 있다. 특히, 토론을 벌이고 난 후 사람의 뇌는 피곤해져 마지막 말을 '결론처럼'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해싯 위원장은 "모든 행정부에 존재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잠자는 시간까지 확인해 '누가 잠들기 전에 전화할 것인가'라는 경쟁이 생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든 대통령이 다뤄야 할 문제이며, 이 행정부는 이전 행정부에 비해 그 위험을 매우 잘 다뤘다"면서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이러한 위험을 잘 다룬다고 평가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과 내각의 의견만을 듣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해싯 위원장은 "그는 엄청나게 광범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면서 "어떤 이슈가 생기든, 그는 아마 그 문제를 평생 연구해온 사람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모진이 오벌오피스에 들어와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생각해보고 싶다'고 가끔 답하기도 한다"고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참모진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본다고 한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로비'가 잘 먹히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싯 위원장은 "로비스트들이 싫어할 말이지만, 대통령은 정말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신경 쓴다"면서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작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떤 중요한 산업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산업에 대해 당신이 많이 알고 있다면, 우리는 당신의 의견을 듣는다. 그게 끝이다"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본인도 로비스트를 겨냥 "그런 사람들과 직접 얽히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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