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지난 2019년 전미경제학회 회장 취임 연설에서 금리와 성장률의 관계를 간단하게 공식화하며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성장률(g)이 금리(r)보다 높기만 하다면 국가 부채는 줄어든다는 게 연설의 요지였다.
그는 "공공 부채 이자율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지만, 수십 년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평균적으로 성장률보다 낮았다"며 "미래도 이러한 과거와 다르지 않다면 미 정부는 부채를 연장(롤오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해, 미래에 세금을 인상할 필요 없이 부채를 발행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가정하듯 말했지만, 미래에 금리가 성장률보다 낮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 데에는 당시의 금리 환경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1980년대 초부터 40여년의 세월 동안 하락세를 유지하다 거짓말처럼 블랑샤르의 연설 직후인 2020년부터 크게 반등하기 시작한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금리 환경을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경제사상가인 프린스턴대 해럴드 제임스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긴장한 채권 투자자가 정부를 대상으로 대출에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정부 부채 비용을 높여 성장률과 금리의 관계를 뒤바꿀 것이라고 블랑샤르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제임스 교수의 지적처럼 2020년대 들어 미국 장기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최근에는 일본과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의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이 심상찮다. 정부가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는 데 대한 채권시장의 우려가 그대로 금리 수준에 반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금리가 계속 오를까.
미래의 여러 변수 가운데 가장 확실하면서도 세계 공통적인 화두는 인구다. 인구 고령화 또는 인구 감소 구조 속에서 금리가 오를 것이란 주장도, 내릴 것이란 주장도 상존한다.
'굿하트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는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이 감소하면서 생산은 줄어들지만 소비는 유지되어 인플레이션, 즉 고금리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사회안전망이 강력하게 유지되며 의료나 돌봄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노동력 감소는 노동 협상력 강화로 이어져 임금 인플레이션에 기여하고, 세계화가 약화해 해외 노동력 대체가 어렵다는 것도 이런 현상에 일조할 것으로 바라봤다.
반대편에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주장한다. 국내 인구 전문가로 알려진 한양대 전영수 교수 등은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가 가격 상승 압력을 압도하고, 고령화로 자산 매각 압력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한다. 고령자 소비는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될 것으로 진단했다.
두 견해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정부 사회안전망과 그에 따른 고령자 소비 행태,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구'라는 변수 하나가 여러 가지의 파생 변수를 낳고, 그 파생 변수 간의 가중치는 물론, 복합적인 상관관계까지 따져야 한다.
금리를 예측한다는 것은 미래의 화폐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고, 이는 곧 미래 환경을 보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통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투자 흐름과 AI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 정부 재정 건전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는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뒤바뀐다. 양자 컴퓨팅 등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보다 통합적이고 역동적인 예측 모델이 나오기까지 금리, 특히 장기 금리는 당분간 하늘 위의 '북극성' 같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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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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