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들어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기업들도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경영계획을 세우던 작년말 경영계획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정도이니 100원 이상 더 오른 상황이다. 급기야 경제 사령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섰다. 구 부총리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는 환율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원 환율이 유독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주요국 재정 리스크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데다 국내 시장에서는 구조적 외환 수요 압력이 더해져 다른 통화 대비 더욱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 부총리의 진단에서 구조적 외환 수요 압력은 달러 가치의 국제적 동향과 별개로 달러 수요를 더하는 국내 요인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해석은 지난 27일 있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지금 1,500원 가는 것이 한미 금리차도 아니고 외국인에 의한 것도 아니고 단지 해외주식을 많이 하는 것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9일 명동 환전소에 각국 통화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주에만 코스피를 7조원 넘게 팔아치우면서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60원대로 뛰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사이 2%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 절하율 1위를 기록했다. 2025.11.9 jjaeck9@yna.co.kr
혹자는 한은 총재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포인트가량 더 높은 상황에서는 수출기업들이 굳이 달러를 환전해 보유하는 것보다 그대로 들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해외투자로 유출되는 달러 못지않게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원화로 환전된다면 균형을 이룰 수 있을 텐데 현재 금리 상황은 수출기업의 환전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출처: 한국은행 2025년 3/4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
물론 해외투자 수요가 지금의 고환율 상황의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 중 증권투자는 작년 3분기 9천972억달러, 4분기 9천943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1조118억달러, 2분기 1조1천250억 달러, 3분기 1조2천140억 달러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제거한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562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까 지금 국내 외환시장 상황은 국내 경제에 대한 불신으로 외국인이 빠져나가면서 벌어졌던 과거의 외환위기 상황과는 다른 셈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투자자를 투자자답게 대우해주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권리가 보호받고 회계부정 등을 저지른 기업에는 천문학적인 형량을 부과하는 등 자본주의 질서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이다. 우리 자본시장은 어떤가. 분식회계 등 자본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짓을 저지른 기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가 있는가 하면 순환출자 등을 통해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재벌들에 대해 총수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당연시하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이 가져올 기업인수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왜 한국만 총수를 숭배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한두 사람의 지배권 프리미엄 독식을 왜 허용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16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총 36억3천만달러(약 5조3천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circlemin@yna.co.kr
결국 현재의 고환율은 후진적 기업지배구조가 초래한 '자승자박'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연합인포맥스가 기획기사에서 다뤘듯 더는 높은 환율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는 시절도 아니다. 오히려 막대한 대미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비용 급증으로 고민스러운 기업들이 다수 포진했다.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기업이 할 일은 무엇인가. 주주를 주주로 대우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법개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누가 강제할 사안도 아니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환율은 안정될 수 있다. 스스로 할 일은 외면하고 정부를 향해 해외로 향하는 투자를 막아달라고 한다면 제2의 쇄국을 요청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의 고환율 상황을 두고 투자자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경영에서 주주를 얼마나 주주로서 대우했는지 우리 기업들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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