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규제차익 노린 삼양식품 대표적…"자사주 EB·매각 동일, 규제도 같아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금융감독원이 자사주 교환사채(EB) 발행 심사 문턱을 높이자 시장에 자사주를 내다 파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가 까다로운 EB 대신 공시가 허술한 직접 매도로 우회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다. 최근 논란이 된 삼양식품의 1천억 원 자사주 매각은 이 구멍 뚫린 제도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다.
금융감독원도 직접 처분 사례 급증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공시 강화 필요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연합인포맥스가 상장사 자사주 취득·처분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달 들어서만 1천419억 원어치의 자사주가 직접 처분 방식으로 시장에 쏟아졌다. 금감원이 자사주 EB 공시 서식을 강화한 지난달 21일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불과 한 달 새 2천300억 원이 넘는 물량이 시장에 투척됐다.
상반기 내내 잠잠하던 자사주 매물이 10월 하순을 기점으로 폭발한 것이다. 현금성 자산이 넉넉한 기업이 EB를 발행하려면 "왜 내 돈 놔두고 자사주를 쓰냐"는 금감원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귀찮고 까다로워지자 기업들이 아예 '직접 매각'이라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19일 자사주 994억 원어치 전량을 블록딜로 처분했다. 명분은 "해외 시설 투자"였다.
하지만 드러난 실제 투자 증액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고작 58억 원 늘어났다. 곳간에 현금이 넘쳐나는 우량 기업이 58억 원을 더 쓰겠다고 1천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그것도 주가 하락까지 감수하며 헐값에 팔아치운 셈이다.
매각 대상도 논란이다. 삼양식품은 자사주를 장기 투자자가 아닌 '점프 트레이딩' 같은 초단타 매매(HFT) 세력에게 넘겼다. 주주가치 제고는커녕, 단타 기관에게 차익 실현의 기회를 주고 시장에는 물량 부담만 떠넘긴 꼴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EB나 직접 처분이나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실질'은 똑같은데, 당국이 EB만 옥죄다 보니 기업들이 다른 구멍을 찾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관성이나 논리성, 체계성 면에서는 (EB와 직접 처분을) 달리 취급할 명분이 없고 같이 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회사 내 이사회가 주주 충실 의무에 따라 자율적으로 걸러줘야 맞는데, 아직 제도가 초기고 인식이 부족해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경향성이 있다"며 "금감원이 나서서 (공시 강화를) 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EB는 사채 발행과 자사주 처분이 결합된 형태라 투자자들이 추가로 알아야 할 사항이 많아 공시를 강화했던 것"이라면서도 직접 처분으로의 쏠림 현상을 주시했다.
이 관계자는 "직접 처분의 경우에도 투자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며 "여러 가지 형태의 처분에 대해서도 공시 강화가 필요한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사주 직접매도 추이(연합인포맥스 화면번호 3507)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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