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0년, 여러 개미 군단이 등장했다. 폭락장에서 동학 농민 운동을 외치며 우량주를 주워 든 개인투자자들은 곧 국경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뻗어나갔다. 이제는 하나의 권력이 된 서학 개미다.
시스템도 이미 준비돼 있었다.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팬데믹 기간이지만, 이미 국내 증권사들은 몇 년 전부터 자산 배분을 내세우며 해외 주식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갖추라고 추천해왔다.
증권업계는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낮췄고, 미국 주식을 '쇼핑'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뒀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정보는 개인이 미국 시장을 자연스러운 투자처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왔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처럼 번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증시가 여러 선택지 중 굳이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않아도 되는, 매력도가 낮은 시장이라는 점을 투자자 스스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경제·금융 컨트롤타워의 수장들이 주식 시장 활성화에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탈출의 이유는 수익률이다.
코스피는 올해 70%가 올랐지만, 자산가들도 PB들과의 상담을 통해 그간 외면했던 한국 주식의 비중을 조금 더 늘리는 선택을 하는 데 그쳤다. 이미 글로벌로 넓어진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 곳으로만 집중할 이유가 없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연간 순매수 금액도 역대 최대다. 2021년의 기록보다도 90억달러가량 많다.
하지만 이런 현장의 모습과는 달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무르는 듯 보인다. 한국인이라면 국내 주식을 사는 것이 기본 값이며,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멋을 쫓는 심리라는 '사대주의식' 해석까지도 내놨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그건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 때문"이라며 "젊은 분들이 하도 해외 투자를 많이 해서, 왜 이렇게 해외 투자를 많이 하냐고 물어봤더니 '쿨하잖아요' 이렇게 답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유행처럼 막 커지는 게 걱정된다"라고도 했다.
투자자들은 즉각 분노했다. 해외주식 매수 규모를 따질 때 국민연금이 더 많이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데 이어 이창용 총재가 자녀 유학비로 20억원을 썼다는 과거까지 '파묘'했다.
해외투자가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 주식 순매수가 꾸준히 증가하던 시기에도 이 논점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이를 관리·해석해야 할 주체가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유행'으로 축소하는 것은, 여전히 대응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외환당국과 증권사의 만남에서 제기된 '환전 쏠림'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구조가 규모가 작을 때는 효율적인 시스템이지만, 이제는 비용 전가 여부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반발을 의식해서일까. 이날 취임 첫 간담회를 진행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다른 결의 발언을 내놓는 데 집중했다.
이 원장은 "서학개미 관련해 차별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책 당국에서도 유념하고 있다"며 "한은 총재의 발언에 대해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오죽하면 청년이 해외 투자를 하겠냐는 것에 대해 정서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약세로) 여러분의 급여가 디스카운트 되고 있다는 데 분노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에 연금이 영향을 미친다는 걸 논의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금감원은 오는 1월까지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 및 설명과 관련해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증권부 박경은 기자)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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