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외환 당국으로부터 고환율 문제를 막을 소방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이른바 국민연금 동원 논란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30일 서울 명동 시내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5.11.30 nowwego@yna.co.kr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 등은 실무자 회의를 열고, 고환율 상황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한다는 취지로 4자 협의체까지 구성했다.
환율 문제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복지부와 국민연금까지 참석하는 협의체를 출범한 것은 최근 고환율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고, 외환 당국도 걱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달러-원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심리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또 다른 환란(換亂)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당국도 겉으로는 달러-원 상승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 경제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뉴노멀 현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내심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으로 1천351조원의 운용자산 중에서 절반 이상을 해외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해외주식과 해외채권만 해도 508조원과 97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을 넘어서는 명실상부 외환시장의 가장 큰손인 셈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달러를 조달하거나 환헤지 과정에서 환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전략적인 환헤지 가동이나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와프 연장도 이런 취지에서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연말께 만료되는 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세부 협의 등을 개시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활용한 환율 방어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운용기준 중 하나인 운용 독립성을 해칠 뿐 아니라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관리하는 국민연금 본연의 역할과도 맞지 않는다. 특히 기금의 운용수익률을 까먹으면서까지 환율을 끌어내리겠다는 미봉책은 자제해야 한다.
벌써 야당은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는 것은 현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의 책임을 국민의 노후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과거 최순실 게이트에서 정권에 동원됐다가 곤욕을 치른 전력도 있다.
외부 시선도 만만치 않다. 지난 6월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뿐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국부펀드와 같은 정부투자기구가 환율을 조정하는 부적절한 행위에 가담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입장처럼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이 해외상품으로 구성된 만큼 달러-원 환율 불안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달라진 국내외 금융환경을 재점검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단기적인 환율 안정 효과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운용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물론 국민경제적인 측면에서 환율 안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적인 목적을 위해 본연의 역할과 달리 국민연금을 섣불리 동원했다가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대규모 탈퇴 운동이 벌어졌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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