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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리 노트' 속 국산車 기술 비밀…李대통령 초청받은 산업역군 누구

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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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모델 국산 승용차 '포니(Pony)'는 한 권의 노트에서 탄생했다.

자동차 선진국 이탈리아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산업 노하우를 축약한 그 노트는 제2, 제3의 포니가 탄생하는 보고가 됐다.

그렇게 포니는 단순한 자동차 이름이 아닌, 대한민국 산업화와 기술 독립, 수출국우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역사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4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에 참석한 90여명의 산업 역군 중에는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이충구 ㈜연합시스템경영고문도 포함됐다.

이 고문은 1974년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추진한 포니 프로젝트의 주역이었다.

당시 멀고 먼 이탈리아에서 그가 선진기술을 습득해 기록한 기술 지침서 '이대리 노트'는 이듬해 자동차 포니가 양산되는 토대로 활용됐다.

그는 포니부터 에쿠스까지 34종의 자동차 모델을 자체 개발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압축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기술개발의 마에스트로 불렸다.

포니 개발을 비롯해 미국에 본격 수출된 엑센트 개발 등의 성과로 1978년 산업포장, 2000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은데 이어 지난 2010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기술·주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가 포니 엑셀을 미국에 수출하는 물꼬를 튼 주인공도 함께했다.

김기영 당시 현대차 책임은 포니 엑셀 개발 시기에 엔진 배기가스 규제대응을 담당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진출 견인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 장벽에 직면했으나, 일본 미쓰비시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배기가스 시스템을 포니엑셀에 적용하고, 수차례의 엔진 매핑과 시험을 직접 수행해 기술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는 1986년 포니 엑셀의 첫 대미 수출 쾌거를 기록,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의 오찬에는 조선·자동차·섬유·전자·기계·방산·해운 등 다방면의 산업에서 반세기 가까이 자신의 역량을 국가 산업 발전에 쏟아부은 역군들이 함께했다.

정운곤 ㈜엘엔지테크니컬서비스 실장은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선박설계 명장 1호로 선정된 주인공이다.

1978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이래 40년 가까이 선체 구조설계 분야에서 활약하며 세계 첫 극지용 드릴십이었던 '스테나 드릴막스', 세계 최대 LNG선 '모자' 등 조선사의 이정표가 된 수많은 선박 건조에서 키맨으로 활동했다.

백종현·백승헌 씨는 대를 이은 '선박 도장' 부자다.

아버지 백종현 씨는 1982년 현대중공업 협력사의 조선 현장에서 자재 관리를 시작으로 선박의 수명을 연장하는 도장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포스코플랜텍 백합공사라는 조선·플랜트 도장업체를 이끌며 후배 양성과 품질 향상에 매진한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아들 백승헌씨다.

백승헌 씨는 아버지를 따라 조선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다 2003년 HD현대중공업[329180] 도장공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생산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변재철 ㈜엔케이부서장은 열일곱의 나이부터 건조선박의 시운전 분야에서 반세기 가까이 일해왔다.

특히 1984년 서산 간척지 공사 당시,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유조선을 운전해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불렸던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기도 했다.

포스코 창립 멤버 34명 중 한 명인 이영직 전 포스코 토건부 차장도 함께했다.

그는 1973년 6월 9일, 포스코의 역사적인 첫 출선일에 포항 제1고로 첫 쇳물 생산 과정에서 토건부 차장으로 현장을 책임지며 이후 한국 경제의 자립과 산업화 기반 마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진찬 포스코 상무는 현재 수소환원제철공법(HyREX) 추진반장으로, 무탄소 철 기술개발을 총괄하며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전환도 주도하고 있다.

예비처리 없이 철강석, 석탄을 투입해 쇳물을 만들어 기존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친환경·경제적 공법인 '파이넥스 공법'을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정희태 창신정공 기술고문은 중학생 시절 TV를 통해 기능 메달리스트를 접한 것을 계기로 기술자에 대한 꿈을 품고 1974년 LG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국내 최초 전투기와 우리별 2호의 핵심부품, 그리고 누리호의 한국형발사체 75톤 엔진개발 등에 참여하는 등 45년간 방위산업에 기여했다.

정한구 한화오션 기원은 창원기계공고를 나와 조선소에 취업한 이래 43년간 방산 분야 현장에서 몸담았다.

독일에서 한국 첫 수입 잠수함으로 생산된 1번함 장보고함 건조에 참여, 국내로 돌아와 2번함인 이천함 건조에 참여하는 등 총 9척의 잠수함 건조 작업에 참여한 K-잠수함의 대표 핵심 기술자다.

이날 이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흘린 땀방울들이 모여 산업을 일으키는 강이 되고, 경제를 떠받치는 바다가 되고,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기적을 이뤄낸 진정한 영웅"이라고 치하하고, 자신의 소년공 시절 경험도 공유했다.

이재명 대통령, 산업 역군 초청 오찬 참석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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