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 만나 '브로드밴드·온라인게임·AI' 제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AI·AI·AI"
지난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년이 지나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손정의 회장을 만난다.
AI 전도사 역할을 해온 손 회장이 이 대통령을 만나 AI반도체 분야와 인프라 투자 등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을 수차례 찾아 역대 대통령들을 만나 광대역 통신망, 온라인게임, 클라우드, AI 등 굵직한 기술 의제를 제시해 왔다.
그의 제안은 즉각적 정책 변화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산업 구조 변화의 '전조(前兆)'로 읽히며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살릴 조언을 부탁했을 때 손 회장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브로드밴드' 였다.
손 회장은 인터넷 속도를 1천 배 높이라며 초고속 통신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온라인게임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한국에 5조원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사물인터넷(IoT), AI, 스마트로봇, 전력 분야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손 회장은 한국의 산업 속도와 가능성을 언급하며 꾸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특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대통령이 강한 지도력과 마음만 먹으면 크게 변화하는 한국은 세계 최강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핏줄을 지닌 나도 그러한 부분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 말은 오래도록 회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의 이번 회동은 손 회장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AI 전략에 대한 진정성을 높게 평가한 게 아니겠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AI 국가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글로벌 빅샷'과의 만남을 꾸준히 이어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나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수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며 블랙록과 'AI 산업의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블랙록의 투자를 중심으로 그간 제약이 컸던 재정여력을 확보함으로써 민관 합작 구조로 투입되는 자본 버퍼를 극대화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지난 10월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를 만나 이재명 정부의 AI 비전을 설명하며 가장 모범적인 AI 테스트베드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를 독려했다.
경주 APEC을 계기로 경주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대표를 만났을 때는 국내에 총 26만장에 달하는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블랙록과 오픈AI, 엔비디아까지, 이 대통령이 이들 기업의 최고 수장들을 직접 만나 우리 정부의 강력한 AI 정책 의지를 전하고 그들이 가진 자본과 기술, 공급망을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삼각편대'로 합류시켰다는 점은 큰 의미 있는 행보였다.
이에 이번 손 회장과의 회동에서도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크다.
현재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5천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포함해 글로벌 AI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의 방한은 지난 2월에 이어 10개월 만이다.
당시 손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광범위한 협업을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손 회장 초청으로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별도 회동을 갖기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협력안은 없다. 손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대통령의 최대 관심 사안이니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