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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국민연금 탓 그만…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

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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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국내시장 매력부터 높이자

(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국민 노후자금을 지켜야 하는 국민연금과 외환시장 안정을 우선하는 외환당국의 역할은 부딪힌다. 최근에도 벌어진 이런 상황에 연금 전문가와 외환 전문가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말한다. "수급은 환율 상승 원인의 일부에 불과하다"

◇미달러화지수 영향 더 커…원·엔 유독 약세 "대미 투자금 영향"

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서학개미 등을 포함한 거주자의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 투자자금 유출입액과 원화 환율의 상관관계는 0.005~0.009다.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달러화지수 상승률로, 상관관계가 0.290~0.312나 됐다. 원화 환율이 수급보다는 대외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의미다.

최근 원화와 엔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대미(對美) 투자금 집행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3%에 달하는 최대 5천500억달러, 한국은 GDP의 약 20% 수준인 최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이 예정됐다.

한 외환 전문가는 "7월부터 달러화지수가 100을 넘어서는 등 강세로 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100 밑으로 내려오자 원화 환율도 떨어졌다. 이게 수급이 갑자기 변해서 그랬겠냐"며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돈이 크게 빠져나가야 하니 환율 약세에 베팅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 더 많이 절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최근 외환당국 메시지는 '수급'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모든 걸 국민연금, 서학개미, 수출기업 탓으로 돌린다는 역풍만 맞았다. 지금 고환율은 대외 요인을 포함해 어찌 손 쓸 수 없는 이유가 종합된 결과다. 일각에선 차라리 불필요한 소통을 줄이는 편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외환당국 입장에선 당장 환율을 진화할 가시적인 구두 개입성 발언이 필요했을 수 있다.

수급을 건드리고 싶었다면, 해외투자 억제보다는 국내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 정책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어땠을까.

◇국민연금, 수익률 최우선 과제…적자 시점 늦출 수도

국민연금, 서학개미, 수출기업 등의 외화 수요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다.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은 현 포트폴리오의 자국 편향 문제를 해소하고, 중장기 기대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자산 비중 확대 전략을 착실히 실행 중이다.

한국 증시가 올해 반짝 강세를 보였지만, 이 흐름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민연금은 자산군별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대수익률을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중장기 자산배분안을 수립한다.

지금 한국증시는 마침 돌아온 반도체 사이클과 밸류에이션 정상화 덕이 크다는 점에서, 성급한 비중 조절은 위험하다. 한국증시는 외국인들이 반도체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장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외국인은 다시 한국 시장을 떠나는 형태를 반복한다. 경기 사이클을 활용한 투자는 중장기 자산배분이 아니라 초과수익을 꾀하는 전략적·전술적 자산배분(SAA·TAA)에서 구사해야 할 영역이다.

외환당국이 요구하는 상시적 환헤지는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역사적으로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만 실시하는 '전략적 환헤지' 방식은 올해 상반기 그 효과를 입증했다. 최근 논의되는 외화채 발행 역시 법 개정이 수반되는 무리한 해법이라는 평가가 있다.

향후 국민연금 적자 전환 시 해외자산 매각 과정에서 연금 재원의 가치 절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외환 전문가들조차 40~50년 뒤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국민연금은 해외자산과 환율 간의 자연 헤지 효과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운용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연금 수익률이 현 가정인 5.5%를 상회할수록 적자 시점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적자 시점을 우려해 헤지 비용을 선지급하는 것보다 수익률 제고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투자시장 매력을 높이자…증시 부양책 속도전

지금 환율 정책에서 필요한 건, 거대한 파도를 억지로 막으려 하기보다 슬기롭게 파도를 타는 전략이다. 당장의 구두 개입이 필요했다면 국내 투자자를 제약하기보다 해외 투자자의 유입을 확대하는 노력을 담은 메시지가 더 바람직했다.

MSCI 선진지수 편입, 공매도 제도 안정성 확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은 모두 시장이 오래 기다려온 과제다. 최근 한 달간 국내증시에서 6조 원 넘는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갔다. 기관과 개인의 힘으로만 버티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은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과제들을 차근차근 완료해나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퍼즐은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라고 전해진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기대감은 환율에도 우호적이다.

외환당국 대책에서도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 상황 공유와 자본시장 개선 의지를 재차 부각하는 내용이 함께 담기길 바란다. (증권부 송하린 기자)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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