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여전한 로드쇼 공화국…비대면IR 시대에도 반복되는 한국물 관행

25.12.05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로드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점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비대면 IR 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과 대조적 행보다.

현지 방문을 선호하는 한국물 발행사들의 움직임 속에서 과도한 해외 로드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 타깃 지역과 방문 지역이 다른 로드쇼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딜과 논딜, 포스트 로드쇼 등 다양한 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투자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세분되는 로드쇼…관행일까 악습일까

5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물 시장은 지난달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달을 보냈다.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공모 발행이 끝나고 숨 고르기에 돌입할 시기이지만 발행사들이 해외 현지 로드쇼를 이어가면서 움직임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11월 발행에 나설 기업들의 딜 로드쇼가 줄줄이 예정돼 있던 데다 이후 내년 조달을 염두에 둔 곳들이 논딜 로드쇼(NDR)에도 나서면서 해외 현지에서의 활동에 속도가 붙었다.

문제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더 이상 대면 IR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비대면 IR이 활성화된 상태다.

해외 시장에서의 현지 로드쇼는 오랜만에 발행시장에 복귀하거나 데뷔전인 곳들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기 발행사(regular issuer)들도 대면과 비대면 IR을 병행하면서 투자자와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는 논딜 로드쇼에 이어 딜 로드쇼 혹은 포스트 로드쇼로 이어지는 방문 행렬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비대면 IR 또한 지속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피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상 해외 시장에서 딜과 논딜 정도로 로드쇼를 구분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포스트 로드쇼까지도 적극 활용해 해외 일정이 쏟아진다.

한국물 시장이 이머징마켓(EM)에서 선진 시장(DM)으로의 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로드쇼 문화에서만큼은 과거의 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공기업 폐단 드러나기도…IB 경쟁도 한몫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공기업이다.

발행 타깃 지역과 로드쇼 방문지가 차이를 보이면서 효용론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달 한국도로공사는 완탕본드 발행 전 진행한 로드쇼 행선지로 홍콩과 스위스를 낙점했다.

완탕본드의 경우 홍콩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달이지만 스위스 현지 시장까지 찾은 것이다.

도로공사의 경우 앞서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을 염두에 뒀던 것은 물론 내년 조달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점인 터라 홍콩은 딜 로드쇼, 스위스는 논딜로드쇼 형태로 투자자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이는 도로공사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 해양진흥공사 역시 달러채 발행에 앞서 스위스 시장을 함께 찾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전의 경우 글로벌본드(144A/RegS) 북빌딩(수요예측) 당일까지 현지 일정이 진행되기도 했다.

통상 딜 로드쇼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발행에 나서지만, 한전은 지난달 발행 당시 투자자 모집까지 홍콩에서 진행했다.

시차 등을 이유로 글로벌본드 조달 시 미국 로드쇼 후 현지에서 북빌딩을 맞는 일은 왕왕 있지만 홍콩 현지에서 투자자 모집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모았다.

당시 에쿼티(Equity) IR까지 예정됐던 점 등이 이러한 행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들의 해외 로드쇼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달 담당자 정도만이 현지 투자자를 찾는 일반적인 로드쇼와 달리, 일부 공기업의 한국물 로드쇼는 사장과 임원 등도 동행 길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전성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마침 시기마저 연말을 앞둔 시점에 쏟아지면서 임원들의 임기 종료 및 성과 평가 등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한국물 로드쇼의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물 시장을 둘러싼 IB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주관사단과 현지 로드쇼를 진행할 경우 맨데이트의 효력을 비교적 길게 유지할 수 있다.

현지 로드쇼를 진행하면서 비용이 발생한 만큼 향후 발행사가 딜 수수료를 통해 이를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물 발행을 둔 IB 경쟁 속에서 일부 하우스엔 현지 로드쇼가 딜을 묶어둘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phl@yna.co.kr

피혜림

피혜림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