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게임 체인저…현대차그룹이 구상한 수소 미래

전기로제철소·버너 등 산업 탈탄소화 및 AI 전력 수요 대응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현대차그룹을 보는 대중들에게 수소는 차량 구동을 위한 연료로 비쳐질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넘어서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를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모든 밸류체인에 적용하는 미래를 그렸다. 수소로 제철소와 공장을 운영하는 등 산업 탈탄소화와 에너지 독립에 대한 '진심'을 선보인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계획한 현대제철[004020]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에 수소가 도입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철광석 환원 공정에 수소를 활용해 탄소중립 철강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구상을 세웠다.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을 구현한다.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HE, World Hydrogen Expo) 2025'에서 전기로 제철소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산 킨텍스에서 오는 7일까지 전시된다.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을 생산하는 원료 생산 설비인 DRP(Direct Reduction Plant)와 전기로를 비롯해 열연·냉연 설비 등 제철소 주요 공정 및 인근 인프라를 파악할 수 있다.

기존 고로 방식인 제철소에서는 철강을 생산할 때 석탄을 주된 에너지원이자 환원제로 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당하다. 이를 수소로 바꾸는 데 성공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어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 시스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부분을 증명하게 된다.

물론 수소가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되려면 인프라를 확실히 다지는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 폐플라스틱 수소 전환 기술(P2H)을 비롯해 유기성 폐기물 수소 전환 기술(W2H), 여기에 'PEM(Polymer Electrolyte Membrane,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기술로 수소를 만든다.

2027년 준공 예정인 울산 수소 연료전지 신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PEM 수전해 시스템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북 부안과 충남 보령에서 진행 중인 1MW(메가와트)급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기지 구축에 더해 오는 2029년까지 제주도에 5MW급 PEM 수전해 설비도 생길 전망이다. 서해안권에는 1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수전해 플랜트를 기반으로 수소 AI(인공지능) 신도시 조성을 추진한다.

충전과 저장에도 첨단 기술이 도입된다. 2세대 700바(bar) 규모의 '이동형 수소 충전소'를 선보인다. 수소전기차 자동충전 로봇(Automatic Charging Robot-Hydrogen, ACR-H)을 통해 시간 제약 없는 충전소 운영도 내세웠다. 영하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체 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액체수소 저장시스템'은 대용량 에너지 공급의 기반을 마련해줄 전망이다.

제철소를 돌릴 정도의 수소 에너지원이라면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수소와 공기를 혼합해 연소시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친환경 설비인 '수소 버너'를 현대차 울산공장 도장 오븐에 적용하기로 했다. 향후 국내 생산공정의 약 5천개 LNG(액화천연가스) 버너가 수소 버너로 바뀔 수 있다. 북미·유럽 생산 거점까지 퍼뜨린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AI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라며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를 저장 및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잉여 전력을 수소로 전환하면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시스템을 더욱 유연하게 할 수 있다"며 "수소는 미래 에너지 전환의 게임 체인저"라고 강조했다.

jhlee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