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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일본 국채發 '엔 캐리' 청산, 현실화될까

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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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일본은행(BOJ)이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내보이며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당장 주요국 국채시장이 일본에 영향을 받고 있다.

5일 오전 현재 일본 2년 만기 국채금리는 2.96%로, 1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10년 국채 금리는 1.94%로 18년 만에 최고치다.

일본 10년 국채 금리

일본 국채 금리가 들썩이는 것은 BOJ의 금리 인상 신호 때문으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이번주 연설에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장단점을 검토할 것"이라며 "조정은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연설에서는 "경제 및 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계속해서 정책(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며 "현재의 실질 금리, 즉 명목 정책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금리는 극히 낮은 수준에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 시장은 우에다 총재가 12월은 물론, 그 이후의 추가 인상까지 시사한 것으로 평가했고, 미국과 독일 등 글로벌 채권 시장도 일본 금리 급등에 출렁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우에다 총재 연설 이후 거래에서 하루 7bp가 뛰기도 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마이크 리델 매니저는 "이번 사건의 교훈은 일본 국채 매도세가 글로벌 채권시장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국채 금리가 높아질수록, 세계 큰 손의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보유 자산을 팔고 그 돈을 다시 본국으로 가져올 동기 부여를 받게된다"며 "그러면 전염병처럼 자산 매도세가 일본 밖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엔 캐리 트레이드가 중요한 이유

작년에야 끝난 수 년간의 마이너스 금리와 엔화의 상대적 안전성 등으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큰 캐리 트레이딩 중심지였다. 투자자들은 외국의 더 높은 수익률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엔화로 자금을 조달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와 도달 범위에 대한 추정치는 수천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주식과 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의 강세 장세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특히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높은 통화 변동성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에 매우 민감한 편으로 알려졌다.

에버딘의 마이클 랭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분명히 세계 나머지 국가들 자본의 원천이었다"며 "만약 그러한 자금 흐름 중 일부라도 현지 시장으로 되돌아간다면, 그 물결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일본은 세계의 가장 큰 채권국가로, 세계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일부 일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자금을 본국으로 돌리면 미국은 물론 여타 세계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선진국들은 팬데믹 이후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대부분 축소했고, 세계적으로 연기금이나 생명보험사 같은 전통적인 장기투자기관들의 투자 수요도 약화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투자자의 수요 공백 우려마저 불거지는 셈이다.

주피터의 제임스 노보트니 투자 매니저는 "일본의 상승하는 시중 금리가 자본을 본국(일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시기에 주요 매수자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소시에테제네럴의 마니시 카브라 전략가는 "일본 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금리로 전염되기 때문에 일본은행의 매파적 움직임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미국 국내 정책보다 미국 증시에 더 큰 위협"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미국 10년 국채 금리의 1%포인트 상승은 S&P 500의 10~12%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며 "우리의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채권시장 변동성은 향후 1년간 시장 전망에 가장 큰 위험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시장 공포 과장됐다는 반론도

일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 헤지 비용을 고려할 때 해외 채권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시에 일본 공적연금(GPIF)은 포트폴리오의 4분의 1을 비(非) 일본 채권에 엄격하게 배분하도록 의무화되어 있고, 다른 많은 일본 연기금도 이를 따르고 있다. 대규모의, 그것도 비정기적인 배분 변경이 단기간에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

T로우 프라이스의 빈센트 정 매니저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대규모 매도세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HSBC의 맥스 케트너 수석 전략가는 "현재 상황은 작년의 시장 흔들림과는 다르다"며 "올해 투기성 투자자들은 엔화에 기록적인 롱 포지션을 취했기 때문에 지난 2024년 여름 마지막으로 봤었던 심각한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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