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적자 지속에도 디지털 보험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연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영 안정성과 업무 연속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위기 돌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교보라플) 대표와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 2년을 보장받은 김영석 대표는 2023년 12월, 교보라플의 첫 외부 출신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디지털 체질 강화와 수익 구조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라이프플래닛 리부트' 전략을 통해 상품 라인업 전면 재편, 조직 개편, 디지털·옴니채널 강화, 비용 효율화 등을 추진했다.
아직 연간 단위 흑자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억원가량 적자 폭을 줄였다.
특히 올해 일부 분기 및 월간 기준으로 흑자 전환 사례도 발생하며 자생 영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보생명의 지원과 영업·투자손익이 개선되며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경과조치 후 기준 킥스 비율은 266.2%로 전 분기 대비 51.3%포인트(p) 상승했다.
또한, 교보라플은 올해 들어 생성형 AI(인공지능) 기반 옴니채널 상담 플랫폼 구축, 디지털 보장 분석 프로그램, 데이터 기반 상품 리스크 사전심사, 플랫폼 제휴 해외사업 진출 등 디지털 보험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범아시아 생명보험사 FWD그룹과 보장분석 사업 협력을 돌입했으며 최근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 볼트테크코리아와 글로벌 디지털 보험 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라플의 경우 디지털 보험사가 단순한 모회사 지원 구조를 넘어 자체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신한EZ손보 역시 강병관 대표의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지난 2022년 5월 취임한 강병관 대표는 같은 해 150억원 적자에서 2023년 78억원 적자로 폭을 줄였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손해율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적자 폭이 174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3분기까지는 272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킥스 비율은 309.9%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손보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202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강병관 사장이 새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장영근 대표는 내년 말까지 수장을 맡게 됐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손보는 연간 매출 386억원, 보험수익 3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9배, 5.4배 성장했다. 올해 3분기까지 순손실은 35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생활밀착형 상품을 선보여 고객층을 확대했고, 해외여행보험과 휴대폰보험 등은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는 연임 여부를 기다리는 중이다. 배성완 체제에서 하나손보는 적자 탈출을 위해 장기보험 강화와 틈새상품으로 활로를 모색해 왔다.
이에 2023년 879억원에 달했던 적자 규모가 지난해 600억원가량 축소된 27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하나손보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이 2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확대됐다.
하나손보의 올 상반기 킥스 비율은 전 분기보다 8.9%p 하락한 141.3%를 나타냈다. 킥스 비율 관리를 위해 지난 10월 하나손보는 이사회를 열어 구주주 배정방식으로 2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9월 말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보유하고 있던 하나손보의 잔여 지분 8.56%를 전량 인수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 교직원공제회로부터 하나손보를 품에 안았으며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완전 자회사로 두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새로운 대표를 선임해 전략을 재정비하기보다 기존 경영진에 시간을 더 주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 전략의 일관성과 고객 기반 확충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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