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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사람들] 한투증권 퇴직연금 '광개토대왕' 성일 퇴직연금2본부장

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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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확대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그 중심에는 출범 1년 남짓한 신생 조직이 있다.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2본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기업 대상 신규 계약 250여건을 따내며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영토 확장에 나섰던 광개토대왕처럼, 성일 퇴직연금2본부장은 신생 본부의 깃발을 들고 시장 곳곳에 한투의 존재감을 새겼다.

성일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2본부장

◇신규 퇴직연금 계약만 252건…'어려운 영업' 해냈다

성일 본부장은 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고객 관리에만 머문다면 2본부를 만든 의미가 없다"며 "새로 생긴 본부답게 한투와 인연이 없던 기업과 신규 계약을 맺는 영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퇴직연금본부를 퇴직연금1·2본부와 퇴직연금운영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1·2본부는 영업, 운용본부는 운용을 전담하도록 해 각 분야 전문성을 높였다.

신생 조직인 2본부장으로는 퇴직연금 선진시장인 미국 뉴욕 메트라이프(MetLife)에서의 확정기여(DC)·개인형 퇴직연금(IRP) 영업을 시작으로 25년 가까이 퇴직연금 경력을 쌓아온 성일 신임 상무보를 선임했다.

1971년생 성 본부장은 2005년 동원증권 마제스티클럽(본사 VVIP영업)으로 입사한 뒤 한투에서 줄곧 퇴직연금 영업을 담당해온 전문가다.

인사 판단은 적중했다.

성 본부장은 가장 먼저 구성원들에게 '신규 계약 중점 영업'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일선 퇴직연금 영업직원(RM)들이 동일한 방향을 향해 빠르게 달려나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기존 계약만 붙들고 있으면 특정 기업이 어려워질 때 실적이 바로 타격을 받는다"며 "파이프라인을 여러 곳에 깔아놔야 한 곳이 어려워졌을 때의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계약 중심 영업은 어려운 길이지만, 그 과정이 RM들의 실력을 키우고 체력을 기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리더십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2본부 출범 이후 올해 11월 말까지 확정급여(DB)·DC형 자금 유출입을 반영한 순증 자금 가운데 신규 계약 기여도는 43%, 이 중 252건이 2본부가 확보한 계약이다.

◇'키잡이' 리더십 통했다…지점 깨운 '연금 팝업 스토어'

목표만 제시하지 않았다. 성 본부장이 고안한 '연금 팝업 스토어'라는 새로운 영업 방식도 주효했다. 2본부만의 차별화 전략이자, 지점과의 협업을 끌어냈던 계기였다.

성 본부장은 "퇴직연금 자산이 20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본부만 뛰어서는 한계가 있다"며 "지점 조직을 깨워서 함께하는 영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는 말 그대로 지점 단위의 소규모 '퇴직연금 아카데미'다. 서울 여의도 본사로 고객을 불러 모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본사 직원들이 직접 지역 지점을 찾아가 퇴직연금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형태다. 올해만 16차례 진행했다.

지점은 본사 아카데미에 고객을 보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고객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편하게 참여할 수 있었으며, RM에게는 지점 협업과 신규 기업 고객 발굴 기회가 됐다.

성 본부장은 "지점 주변 고객을 초청해 퇴직연금 제도 변화와 노동부 정책, 협회 권고 사항 등을 설명했다"며 "브로커리지가 주 업무인 지점 직원들이 퇴직연금을 잘 알기 어렵다. 팝업 스토어를 통해 RM들이 현장에서 고객 상담부터 가입, 관리까지 전 과정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의 근간 된 업계 1위 수익률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은 RM들이 고객에게 당당히 영업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한국투자증권 디폴트옵션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증권업계 내 수익률 1위를 달성했다.

성 본부장은 "대체자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차별화 요소였다"며 "특히 금 비중을 25.7%까지 편입해 금 상승기를 제대로 누렸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매년 말 내년 자산군별 기대수익률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운용인력 간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연초 최적의 퇴직연금 운용 전략을 확정한다.

성 본부장은 "자산군 간의 상관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분산이 잘 됐다고 본다"며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정적이면서 적절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매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새로운 사람 한 명씩"…명함 5천장 무기

미국 메트라이프에서 퇴직연금 영업을 하던 시절, 성 본부장은 상사가 했던 주문을 잊지 못한다.

"영업맨은 매일 새로운 사람 한 명씩 만나야 한다"

그렇게 쌓인 명함이 5천 장. 지금도 그가 RM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영업 정신이기도 하다.

성 본부장은 "논리나 엑셀만 보고 영업하면 현장이 안 보인다. 연금은 결국 사람 비즈니스"라며 "당장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1년에 200명 10년이면 2천명의 네트워크가 쌓인다. 그게 영업인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선진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IRP 시장 성장성에도 큰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은 세금에 굉장히 예민하다. IRP가 절세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도 비슷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제도가 조금 더 다듬어지면 IRP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상품이다. 준비된 회사만이 시장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퇴직연금2본부는 이제 막 1년을 채웠다. 그러나 어려운 영업을 자처하며 존재 이유를 숫자로 증명했다. 한투의 슬로건인 'Dive In Difference(다른 길에 먼저 뛰어들라)'를 몸소 보여줬다.

"당장의 성과만 보고 움직이면 새로운 건 아무것도 못 합니다. 누군가는 먼저 해야죠. 그게 2본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성 본부장의 Dive In Difference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 도전을 향한 새로운 영업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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